정권 걸린 스페인 조기 총선… 반세기 만에 극우 연정 등장하나

조희선 기자
수정 2026-10-07 00:16
입력 2026-10-06 18:02
새달 29일 유럽 ‘우향우’ 분수령
정당 지지율, 보수 34%·극우 18%집권 좌파 연합은 합쳐도 31% 불과
산체스, 트럼프 대립으로 반등 기대
반이민 정서는 야권에 힘 보탤 듯
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세우타 이주민 사태에 이어 대규모 주택난 항의 시위까지 잇단 악재로 궁지에 몰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유럽 전역에서 극우·우파가 세를 넓히는 가운데, 다음 달 2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선거를 계기로 스페인에도 우파 연립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폴리티코 유럽판이 종합한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적 좌파 지도자로 꼽히는 산체스 총리가 2018년 집권 이후 8년 만에 실각하고 우파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26일 기준 정당 지지율은 보수 성향의 국민당(PP)이 약 34%로 선두를 달렸고,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이 26%, 극우 복스가 18%로 뒤를 이었다. 사회노동당의 연정 파트너인 좌파 연합 수마르는 5%에 그쳤다.
국민당은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려워 복스와 손잡고 연정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복스가 연정에 참여하면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으로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중앙정부에 입성하게 된다. 복스가 최근 3년간 각종 선거에서 세를 불려온 만큼 이 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히 옅어졌다는 평가다.
산체스 총리가 불리한 판세 속에서도 도박에 가까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주택 위기로 폭발한 분노 민심이 우파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앞서 87세 여성이 강제 퇴거당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되자 정부는 주택난 긴급 대책 법령을 마련했으나, 야권의 반대로 의회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효과’도 산체스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스페인 선거가 전통적으로 외교보다 지역 현안에 좌우됐으나, 산체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충돌할 때마다 그의 지지도가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각종 악재로 수세에 몰린 산체스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각은 오히려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7월 말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자치도시 세우타에 7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든 사태로 확산한 반이민 정서는 야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민 대부분은 모로코로 돌아갔으나 산체스 정부의 국경 관리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야권은 정부의 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민이 스페인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산체스 총리의 부인과 측근들이 부패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조희선 기자
2026-10-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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