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0명 중 4명 인권침해…피해자 76%는 대응 안 했다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06 18:15
입력 2026-10-06 18:15
신고 안 한 이유 84% “달라질 것 없어서”
대응해도 문제 해결·상황 개선은 2.5%
인권보호 최우선 과제는 ‘간호인력 증원’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겪었지만, 피해자 4명 중 3명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신고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었다. 실제로 신고나 대응에 나선 간호사 가운데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노동개혁위원회가 6일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2026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2105명 중 41.0%가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복수응답)은 폭언이 88.9%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67.1%), 성적 폭력(17.7%), 신체적 폭력(17.0%)이 뒤를 이었다.
피해 간호사의 76.4%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침묵한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83.8%)가 가장 많았고 승진이나 조직생활에서의 불이익 우려(36.7%),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27.5%), 신고 절차를 몰라서(14.4%) 등이 꼽혔다.
문제는 대응에 나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응한 간호사의 68.1%는 ‘기관 차원의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고,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는 응답은 12.7%, 공식 조치가 진행됐다는 응답은 7.4%에 머물렀다.
간호사들이 인권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인력 증원’(80.7%)이었다. 법적 보호 강화(47.6%), 조직문화 개선 및 ‘태움’ 근절(41.9%), 폭력 예방 대책 강화(39.2%), 기관 보호체계 강화(31.4%) 순이었다.
신규 간호사가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문제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 신규 간호사의 58.7%는 부서 배치 전 교육을 1주일 미만으로 받았다고 답했다. 일반병동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도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 최대 3~4배까지 차이가 났다.
대학병원 응급실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 A씨는 토론회에서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프리셉터에게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환자 안전을 위한 엄격함이 설명 없는 질책과 괴롭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간호사가 질문할 수 있는 환경과 선배 간호사의 교육 시간을 보장하고 환자·보호자의 폭언에 병원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 감정노동, 폭언·폭행 등이 서로 맞물려 간호사의 소진과 이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개선책으로 환자 대 간호사 비율 법제화, 식사·휴게시간을 보장할 대체 인력 확보,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다.
간호협회는 의료기관 유형과 환자 중증도 등을 반영한 최소 간호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와 보복 방지부터 조사·재발 방지·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전담간호사 확대와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 보장도 요구했다.
조하진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예방부터 상담·신고,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까지 이어지는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신규 간호사 교육 체계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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