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집 변기에 대변이 덩그러니…러 스파이 흔적 의혹 [월드픽]

김유민 기자
수정 2026-10-06 15:04
입력 2026-10-06 15:00
핀란드 의원 20명, 일주일 새 자택 침입 의심 신고
경찰 조사 착수…여당 중진 “감시받고 있다는 위협”
핀란드 국회의원 자택 화장실에서 의문의 대변이 발견됐다. 최근 의원들의 자택 침입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위협의 흔적을 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침입자의 정체나 러시아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핀란드 국회의원 20명이 자택에 누군가 침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이 가운데 한 의원은 집 안 화장실 변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변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핀란드 정치권에서는 러시아가 의원들을 위협하기 위해 벌인 일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핀란드 집권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감시받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수법”이라며 “혼란과 우려를 불러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집 안에 일부러 침입 흔적을 남기는 공작 방식이 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상대국 정치인이나 외교관의 집에 침입해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공포감을 조성해 왔다고 전했다. 물건을 훔치는 대신 사적인 공간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불안을 키운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용변을 남기고 물을 내리지 않는 행위도 이런 수법의 하나로 거론됐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외교관과 언론인의 집에 침입한 러시아 요원들이 소변을 본 뒤 그대로 두고 나오는 방식을 사용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 보도와 회고록에도 등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년 러시아를 방문한 미국 고위급 당국자가 여행 가방에서 인분을 발견했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의 소행이었다고 보도했다.
BBC 러시아 특파원을 지낸 사라 레인스포드도 2024년 출간한 회고록 ‘굿바이 투 러시아’에서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한 스파이들이 화장실마다 용변을 남기고 물을 내리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누군가 집 안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표식이었다는 설명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방식이 표적이 된 인물의 불안감을 키우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냉전 시절 공작 기법이라고 전했다. 다만 과거 사례와 수법이 유사하다는 주장만으로 이번 핀란드 사건의 배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와 약 1340㎞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3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비군사동맹 노선을 바꾸면서 러시아와의 긴장도 높아졌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공격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어떤 형태로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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