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허리 통증, 단순 노화 아닐 수도”…3대 혈액암 ‘다발골수종’ 의심을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06 11:37
입력 2026-10-06 11:37
60대 이상 환자 80% 이상 차지…평균 진단 나이 70세 전후 대표적 노인성 혈액암
고칼슘혈증·신부전·빈혈·뼈 병변 4대 증상 ‘CRAB’ 주의…조기 발견이 생존율 높여
치료 기술 발전으로 5년 상대생존율 50% 넘어…재발 잦아도 적극적 치료·관리 중요
다발골수종은 골수 안에 존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정상적인 형질세포는 항체를 만들어 면역 기능을 담당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경우 정상 혈액세포의 생산을 방해하고 뼈와 신장 등 여러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다발골수종 신규 발생 건수는 2,010건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2.2%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31.8%, 80대 이상이 약 18.1% 순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혈액암이다.
이처럼 평균 진단 나이는 70세 전후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 치료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생존율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2023년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남녀 전체 50.8%로 집계됐다. 이는 1990년대 초반 23.7%에 불과했던 생존율에 비해 두 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고려대 안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성화정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발골수종의 대표적인 증상은 네 가지 키워드의 앞 글자를 딴 ‘CRAB’으로 요약된다. 고칼슘혈증(HyperCalcemia), 신부전(Renal insufficiency), 빈혈(Anemia), 뼈 병변(Bone lesion)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뼈 통증이다. 허리나 갈비뼈 통증으로 시작해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또한 빈혈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과 숨참 증상이 동반되며, 신장 기능 이상으로 단백뇨가 나타나거나 비정상적인 항체 단백질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혈액이 끈적해지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서 각종 감염에 쉽게 걸리는 것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 노화 현상이나 퇴행성 질환, 혹은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상적인 빈혈 검사, 신장 검사, 단백 수치 검사 등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성화정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뼈 통증이나 빈혈, 신장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단순 노화로 여기고 방치하다가 병이 진행된 후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며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이나 피로감, 신장 이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혈액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발골수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X-ray·PET-CT·CT·MRI 등 다양한 영상검사, 그리고 ‘골수조직검사’가 활용된다. 이 중 골수조직검사는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다. 형질세포의 비율과 유전자 이상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여 치료 방향과 위험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혈액과 소변에서 검출되는 ‘M단백(단클론성 단백질)’ 역시 중요한 지표다. M단백 수치는 진단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에 대한 반응과 예후를 평가하는 데도 널리 쓰인다. 다발골수종의 병기는 국제병기분류체계(ISS)에 따라 1기부터 3기로 분류되며, 혈액암 특성상 병기와 위험도에 맞춰 맞춤형 치료가 이뤄진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 다발골수종의 완전한 완치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재발을 반복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이제는 장기 생존이 충분히 가능한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치료는 대체로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M단백 수치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표적면역항암화학요법’이다. 2단계는 고용량 항암치료 후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면역 기능을 회복시키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이 방법은 주로 70세 미만의 신체 조건이 적합한 환자에게 적용된다. 3단계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며 질환을 억제한다.
자가 이외에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동종 이식 방법도 존재하지만, 환자에게 가해지는 위험 부담이 매우 높아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아주 신중하게 고려된다.
성화정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지만, 재발할 때마다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적극 대응할 수 있으므로 완치보다는 오랜 기간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오랜 기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만큼, 진단 후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