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쿠데타 혐의’ 전 대통령 세 아들 모두 선거 승리

윤창수 기자
수정 2026-10-06 09:48
입력 2026-10-06 09:48
브라질 대선 1차 투표 ‘보우소나루 장남’ 1위…25일 룰라와 결선
물가·치안에 지친 브라질, 보우소나루 선택…거센 남미 우파 바람
브라질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 ‘극우’ 보우소나루 가문의 장남이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오는 25일 결선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80) 대통령과 맞붙는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5일 전날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유당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상원의원이 득표율 47.03%를 얻어 45.16%를 기록한 룰라 대통령을 앞섰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선은 득표율 50% 이상을 기록한 후보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리게 된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이로 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과 차남은 상원의원에, 막내아들은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일가 전체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네 아들을 뒀는데 아버지의 쿠데타 혐의와 관련해 실형을 받고 미국에 도피 체류 중인 삼남을 빼면 모두 선거에서 이겼다.
보우소나루 가문의 약진은 브라질 국민이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치안에 지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보우소나루 의원을 백악관에서 만나 ‘조국을 사랑하는 똑똑한 젊은이’라고 칭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상파울루 신화·AP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의원은 아버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 지지를 받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을 여성 이름인 ‘룰루’라고 부르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그가 이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자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브라질 범죄집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당선되면 건강 문제로 교도소가 아닌 가택에 연금된 상태인 아버지를 당장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경고했던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패배 직후 “우리는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4선에 도전 중인 룰라 대통령은 선거 직전인 지난달 말 온라인 도박 금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브라질 경제를 좀먹는 가계 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된 도박을 금지해 서민층의 여론 집결을 노렸지만, 되레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승리를 가장 먼저 축하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메리카 대륙 시민들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서 룰라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긴다고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2기 집권 이후 7번의 남미 대선에서 모두 우파 후보들이 이겼다고 내세운다.
보우소나루 일가의 재집권으로 브라질에도 우파 정부가 출범할 경우 남미의 좌파 정부는 멕시코, 우루과이, 과테말라, 쿠바, 니카라과 등 5개만 남는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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