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내수 살아나야 우리도 살아”…철강·차·석화 ‘차이나 딜레마’

하종훈 기자
수정 2026-10-06 00:54
입력 2026-10-06 00:54

경쟁 상대의 내수 회복 기원 ‘역설’

철강재 해외 쏟아지며 가격도 하락
車 내수 25% 줄 때 수출 72% 증가
에틸렌 자급 확대에 韓 석화 부담


중국의 내수 부진과 공급과잉에 따른 해외 ‘물량 밀어내기’가 우리나라의 철강·자동차·석유화학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산과 경쟁하면서도 중국 경기 회복을 바라는 ‘차이나 딜레마’가 나타나는 이유다. 다만 중국 내수가 회복되어도 이미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5일 “중국 내수가 살아나야 해외로 쏟아지는 물량이 줄어든다”며 “중국을 응원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중국에서 소비되지 못한 물량이 싼 가격으로 인접국으로 나가고, 이런 물량이 가격을 교란하고 철강 산업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내수 탓에 철강을 감산하고 있지만, 감산폭이 소비 감소폭보다 적다. 중국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조강 생산은 6억 5185만t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조강 환산 명목소비(소비 추정치)는 5억 6169만t으로 4.1% 줄었다. 지난 8월 철강재 수출은 1015만 5000t으로 전년 동월보다 6.8% 늘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산업탄소중립연구실장은 “물량을 뺏기는 것뿐 아니라 중국 저가 철강재가 국내 유통가격을 떨어뜨리는 영향이 크다”며 “단기간에 대응하기 어려운 가격 하락은 수익성에 상당한 압박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동차의 경우 내수와 수출이 더욱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승용차 내수 판매는 1112만 5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4.6% 줄었지만, 수출은 624만 8000대로 71.8%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발 공세에 맞서면서 중국 공장의 생산 여력을 활용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상반기 판매 8만 6347대 중 4만 285대(46.7%)를 수출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자동차는 대규모 생산 능력에 품질과 기능까지 갖췄다”며 “내수 위축으로 해외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내수가 조금 살아나도 공세가 쉽게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자급 확대와 수출 증가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해관 통계를 인용한 현지 플라스틱 전문 매체 ‘좐쑤스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의 폴리에틸렌 수입은 609만 5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32.1% 감소한 반면 수출은 226만 6700t으로 210.6% 증가했다. 중국의 증설과 수입 대체에 중동발 공급 차질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업체들은 중국 수입시장 축소와 제3국에서의 경쟁 심화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가 살아나도 내부 공급과잉을 소화하는 정도여서 한국 업계로 돌아오는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내수 진작과는 별개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용 강재와 LNG 운반선용 후판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김지예 기자
2026-10-06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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