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 돈 덩어리”… 외식 대신 집밥, 여행 대신 OTT 홈캉스 늘었다

조중헌 기자
수정 2026-10-06 00:54
입력 2026-10-05 21:20
고물가에 가성비 찾아 ‘집콕 소비’
음향기기·반려동물 지출도 급증
직장인 박현규(33)씨는 올여름 휴가 기간에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1박에 수십만원 하는 성수기 숙박비와 가족 한 끼에 10만원을 넘나드는 외식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돼서다. 대신 박씨는 집에서 치킨을 시켜 놓고 넷플릭스를 보며 ‘홈캉스’를 즐겼다.
직장인 강모(41)씨는 “요즘 술값, 밥값이 부담돼서 그런지 지인과의 모임이 뜸해졌다”며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옷을 안 사 입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저녁 회식 문화가 줄어들자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겠다며 빔프로젝터와 고급 스피커를 장만해 집을 영화관처럼 꾸몄다.
고물가 속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는 가운데 집 밖에서의 지출 부담이 커지자 ‘집콕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외식 대신 집밥이나 포장 음식을 선호하고, 집 안을 꾸미는 데 돈을 쓰는 현상을 뜻한다. 5일 국가데이터처 가계지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의류·신발 실질 지출 비용은 12만 3420원으로 1년 전보다 1.0% 줄었다. 숙박비 실질 지출은 1만 3054원으로 9.1% 감소했다. 교통·운송비 지출은 26만 7176원으로 10.1%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구입비(-6.1%), 운송기구연료비(-10.6%), 철도운송비(-10.1%) 지출이 크게 줄었다. 주류·담배 지출도 2.5% 감소했다. 여행을 떠나는 것과 외부 활동을 비롯해 집 밖에서 돈을 쓰는 일에 단단히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반면, 집콕 소비는 증가 추세다. 올해 2분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이 포함된 ‘방송 및 시청각 콘텐츠 이용’ 실질 지출은 1년 새 1.3% 늘었다. 가전 및 가정용 기기 지출은 36.9%, 가구·조명 및 장식서비스 지출은 25.4%, 영상음향기기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급증했다. 악기·음반 및 비디오물 지출도 17.8% 증가했다. 내 집을 최고의 오락시설로 바꾸는 ‘홈코노미’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의미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실질 지출도 2년 연속 늘었다. ‘화훼 및 반려동물 서비스’ 지출은 45.1% 상승했다.
‘가성비 소비’도 힘을 얻고 있다. 스파(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국내 사업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최근 1년 새 28%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에 고물가가 맞물려 집콕 소비가 확대됐다”며 “내수 진작과 대인 관계 단절 예방을 위해 오프라인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중헌 기자
2026-10-06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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