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서 또 미군 범죄…“얼마나 더 당해야 하나”

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10-06 00:49
입력 2026-10-05 18:13

여성 강도살인 혐의 해병대원 체포
주민들 분노… 기지 축소·이전 요구

“솔직한 심정은 ‘또인가’입니다. 얼마나 더 피해를 봐야 달라지는 걸까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여성 강도살인 혐의로 미 해병대원이 체포되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미군 범죄가 오키나와에 집중된 기지 부담과 주민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회사원 히가(61) 씨는 5일 서울신문에 “정부가 되풀이하는 ‘분노’, ‘유감’이 공허한 말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40대 긴조 씨도 “언제까지 오키나와가 미군 관련 피해를 계속 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오키나와와 도쿄에서는 항의 집회가 열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후텐마 비행장 소속 데빈 제이콥 발라드(20) 일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3일 나하시 호텔에서 일본인 여성을 살해하고 지갑과 배낭을 빼앗은 혐의로, 용의자는 부인하고 있다. 같은 날 가데나 기지 소속 미 공군 병사도 나하시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다.

일본 국토의 약 0.6%인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 전용시설 면적의 약 70%가 집중돼 있다. 미일 양국은 대만과 동중국해에 인접한 이 지역을 중국 견제의 핵심 군사 거점으로 중시하지만, 주민들은 기지 부담에 더해 반복되는 미군 범죄로 일상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1995년 미군 3명의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은 대규모 시위와 후텐마 반환 논의로 이어졌고, 2016년에도 전직 해병대원인 군속의 여성 살해·유기 사건이 거센 반발을 불렀다. 1972년 일본 반환 이후 미군·군속과 가족이 연루된 형사사건은 6000건을 넘는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전날 주일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극히 잔인하고 흉악한 사건”이라며 수사 협조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키나와현은 이번 항의에 미일지위협정 개정 요구를 포함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미군이 확보한 용의자의 기소 전 신병 인도 보장이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 경찰이 먼저 체포해 구금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현내 헤노코 이전에 대한 반발을 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민들과 야권은 기지 축소나 현 밖 이전을 요구해왔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2026-10-06 12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