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단 돈 1100억 끌어와 경영권 방어 시도… 조원태, 비판 여론에 철회 [조원태 ‘배임’ 수사]

최재성 기자
수정 2026-10-06 13:56
입력 2026-10-05 23:45

금감원 한진그룹 공시 분석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한진칼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26.9.7
이지훈 기자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조원태(50)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학교법인과 공익재단이 한진칼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이들 법인은 당초 1100억원을 동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을 경영권 방어에 동원하려 든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결국 160억원어치만 사들인 뒤 계획을 백지화했다.

조원태, 한진칼 지분 12억어치 살 때
학교·공익재단, 이미 160억원 투입



조 회장이 지난 1년 8개월 동안 자기 돈으로 사들인 한진칼 주식은 12억원어치에 불과하다. 경영권 경쟁의 당사자가 직접 쓴 돈의 10배가 넘는 돈이 이미 학교·공익재단에서 움직인 것이다. 학교·공익재단 이사회를 총수 일가가 좌우하는 구조인 만큼 같은 일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5일 금융감독원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조 회장은 지난 7월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에게서 한진칼 주식 12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같은 시기 조 회장이 이사로 있는 정석인하학원은 한진칼 주식 1023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조 회장 개인 매입액의 85배가 넘는 규모다. 학교법인은 이를 위해 보유 중이던 대한항공 주식을 모두 팔기로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287억원은 법인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정석인하학원 ‘수익 개선’ 주장에도
실제 배당금은 70% 줄어드는 구조


정석인하학원이 내건 명분은 ‘수익 개선’이었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낼 재산을 늘리기 위해 한진칼 주식을 산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배당 수입만 따져봐도 결과는 명분과 정반대로 예상됐다.

대한항공 주식을 한진칼 주식으로 바꾸면 배당 수입은 오히려 70%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해 배당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간 배당금은 약 24억원에서 7억 3500만원으로 감소한다.

학교법인 자금 용처 논란될 소지
법조계 “업무상 배임 불거질 수도”
자산 쏠림도 심해진다. 정석인하학원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운데 한진칼 비중은 이미 64.8%에 이른다. 계획대로 추가 매입했다면 89.7%까지 올라갈 상황이었다. 학교법인의 투자자산이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한 종목에 집중되는 구조다. 반면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율은 1.90%에서 3.06%로 높아진다.

학교법인만 움직인 것도 아니다.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은 지난 10년간 한진칼 지분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이후 약 70억원어치를 새로 사들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학교·공익재단의 잇따른 한진칼 지분 매입이 각 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것인지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법인의 이익보다 특정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재산을 운용하고 그 과정에서 법인에 손해를 끼쳤다면 업무상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누가 한진칼 주식 매입을 제안했고, 조 회장이나 그룹 측이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형태의 지분 취득은 지배력 강화가 가장 큰 목적으로,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교재단 자금이 실제 어디에 어떤 과정을 통해 주식 취득에 쓰였는지는 향후 교육부 감사 등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석인하학원은 지난달 29일 한진칼 주식 매입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 7월 이사회 직후 사들인 93억 3000만원어치 외에 더는 지분을 취득하지 않고, 대한항공 주식도 팔지 않기로 했다.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율도 2.00%에서 멈췄다.

정석인하학원, 한진칼 지분 2%로
이사회 측 “미래 위해 필요한 계획”
정석인하학원 이사회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진칼 주식 매입 계획 의결 이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계획”이라며 “공익법인이라고 해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더 큰 수익이 기대되는 쪽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이사회 이후 통화에서 한진칼 주식 매입 중단한 이유를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최재성·박상연 기자
2026-10-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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