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농사’ 해보니…10곳 중 8곳 수확량 줄었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수정 2026-10-05 18:37
입력 2026-10-05 18:37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 29건 중 24건 농산물 생산량 감소

지황·포도는 생산량 ‘반토막’
벼도 대부분 20% 안팎 생산 줄어
농가 실질 수익성 의문 제기
전력망 포화에 사업 포기까지
“시설 확대 전 철저한 검증 필요”


녹색에너지연구원에서는 2019년부터 전남 보성에서 20kW 녹차밭 영농형태양광 실증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DB


농사를 지으면서 같은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에서 10건 중 8건꼴로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작물은 생산량이 절반 이상 줄었고, 전력계통 부족으로 태양광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포기된 사례도 확인됐다.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실증사업 가운데 생산량 비교가 가능한 29건 중 24건(82.8%)에서 생산량이 줄었다. 증가한 사례는 5건에 그쳤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경북 봉화에서 재배 중인 약용작물 지황은 일반 재배지인 대조군보다 생산량이 55.8% 줄었다. 경북 상주 포도도 50.2% 감소했다. 전남 순천 시금치(-47.8%), 경남 함양 양파(-46.1%), 충남 당진 감자(-44.3%) 등도 감소 폭이 컸다.

벼도 경기 연천(-20.6%), 강원 횡성(-20.0%), 전북 군산(-16.8%), 전남 영암(-21.4%), 해남(-21.1%) 등 대부분 실증지역에서 생산량이 줄었다. 농식품부는 2020~2023년 농업기술센터와 연구기관 등을 통해 실증사업을 진행했으며 사업이 끝난 뒤에도 19곳에서 연구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남 지역 영농형태양광 예시. 서울신문DB


전력망 부족도 걸림돌로 나타났다. 별도로 추진된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 사업’ 대상지 10곳 가운데 예정대로 준공한 곳은 1곳뿐이다. RE100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의미로, 농촌에서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활용하는 모델을 실증하는 사업이다.

전남 화순의 2개 사업지는 전력계통 포화로 접속이 불가능해 지난해 6월 사업을 포기했다. 강원 정선은 내년 12월까지 계통접속을 기다려야 하고 충남 공주에서는 한전 선로 증설공사가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영농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시행령·시행규 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 입장에서는 농업소득에 태양광 발전수익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패널 그림자에 따라 일조량이 줄어 작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고 농지를 사실상 태양광 발전소로만 이용하는 편법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해서도 줄곧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작물·지역별 장기 생산성 검증, 실경작 관리체계를 갖춰 태양광 보급 자체가 목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영농을 지속하면서도 농가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 자체 실증에서 상당수 작물의 생산량이 줄었고 전력계통 부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포기된 사례도 확인됐다”며 “농업소득 감소와 시설·금융·계통비용까지 반영해 실제 농가소득이 늘어나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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