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빈 아파트에 살았을 뿐인데 증여세?”… 모르면 당하는 ‘부동산 무상사용 13억 룰’[세테크]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수정 2026-10-05 14:55
입력 2026-10-05 14:55

시세 13억 1900만원 넘는 부모 집 공짜로 살면 증여세
세금 피하려 ‘푼돈 월세’ 보내면 부모가 소득세·가산세
고가 주택은 시세 수준의 계약서 쓰고 금융 증빙 남겨야

시세 13억 1900만원이 넘는 부모의 빈 집에 공짜로 살면 자녀에게는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서울신문 DB


결혼 7년차 직장인 박준혁(38·가명)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과세예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5년 전 은퇴한 부모님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전셋값도 비싼데 너희 부부가 들어가 살라”며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입주 당시 시세 16억원)를 비워줬는데, 국세청이 이 아파트에 공짜로 거주한 것을 문제 삼아 가산세를 빼고도 1400만원대의 증여세를 물리겠다고 통보한 겁니다.

박씨는 “부모님 명의 집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잠시 들어가 살았을 뿐인데 무슨 증여세냐”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세법의 잣대는 다릅니다. 부모 소유의 주택에 자녀가 무상으로 거주하는 건 세법상 ‘부동산 무상 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스물한 번째 ‘국세청이 알려주지 않는 세테크’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부모 찬스를 쓸 때 놓치기 쉬운 ‘부동산 무상 사용 기준’과 합법적 절세 방법을 짚어봤습니다.

부모 집이라도 ‘공짜 거주’는 임대료 증여

많은 이들이 ‘가족 집을 빌려 쓰는 것까지 국세청이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여러 부처의 자료를 꼼꼼하게 대조해 잡아냅니다.



국세청은 자녀의 주민등록 전입 내역과 국토교통부의 주택 확정일자·임대차 신고 내역, 부동산 거래 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교차 검증합니다. 부모가 살지 않는 고가 아파트에 자녀 가구만 전입해 살면서 보증금이나 월세 흐름이 전혀 없다면 검증 대상이 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타인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해 얻은 경제적 이익은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부모 집이라도 자녀가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살았다면, 원래 냈어야 할 주거 비용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것과 같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시세 13억 19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 없어”

그렇다면 부모 집에 공짜로 거주하는 모든 자녀가 증여세를 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법에서는 ‘5년간 계산한 무상 사용 이익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과세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13억 1900만원이라는 기준이 나옵니다.

국세청이 부동산 무상 사용 이익을 매기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집값(시세)의 연 2%를 1년간 누린 임대료 가치로 평가합니다. 집값이 10억원이면 연 임대료 가치는 2000만원이라는 얘기입니다. 단순 계산대로 하면 5년이면 1억원이니 10억원짜리 집부터 과세 대상일 것 같지만, 세법에는 ‘현재가치 할인’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5년간 쪼개서 누릴 이익을 현재 시점 가치로 바꿔주는 것으로, 1억원을 약 7581만원으로 깎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할인된 5년치 평가액이 과세 기준인 1억원에 도달하는 집값을 역산하면 13억 1900만원이 나옵니다. 이 금액이 증여세 부과 여부를 가르는 기준선입니다.

예를 들어 시세 13억원짜리 부모 아파트에 5년간 공짜로 산다면, 세법상 계산되는 5년치 무상 사용 이익은 9856만원입니다. 과세 기준인 1억원 밑이어서 증여세 부담이 없습니다. 반면 박씨처럼 시세 16억원 아파트에 5년간 공짜로 살면 5년치 무상 사용 이익은 1억 2130만원으로 1억원을 넘습니다. 이때는 초과액이 아닌 1억 2130만원 전체가 증여재산가액으로 잡힙니다. 성인 자녀 증여공제(10년 5000만원)를 이미 결혼자금 등으로 다 썼다면 1400만원대의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신고하지 않은 데 따른 가산세는 별도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계산이 ‘5년 주기’로 갱신된다는 겁니다. 5년이 지난 뒤에도 자녀가 계속 공짜로 산다면 국세청은 향후 5년치 이익을 다시 계산해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집값이 13억 1900만원 밑으로 유지된다면 6년이든 10년이든 증여세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세 30만원만 보내면 되겠지”…꼼수 안 통한다

과세를 피하겠다고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을 부모 통장에 보내는 이른바 ‘무늬만 월세’ 전략도 통하지 않습니다. 부모에게 불똥이 튀기 때문입니다.

세법은 부모가 자녀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고 집을 빌려주는 ‘저가 임대’를 세금을 부당하게 줄인 거래로 봅니다. 부모가 받은 임대료가 정상 시세 임대료보다 5% 이상 적거나 그 차액이 3억원 이상이면, 국세청은 부모가 정상 시세대로 임대료를 모두 받은 것으로 간주해 임대소득세를 다시 계산해 추징합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자녀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아예 무상’으로 내준 경우에는 부모에게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부모의 소득세만 놓고 보면 ‘공짜’보다 어설픈 ‘헐값 월세’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셈입니다. 자녀의 증여세를 피하려던 꼼수가 부모의 소득세와 가산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합법적인 절세의 기술을 통해 여러분의 자산을 불려주는 연재물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세무 리스크를 지우는 해법

부모 소유의 주택을 활용하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집값(시세)이 13억 1900만원 미만이라면 세금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값이 오를 수 있으므로 5년 주기로 시세를 꼭 점검해야 합니다.

13억 1900만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라면 반드시 전월세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때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는 주변 시세 수준으로, 차이가 나더라도 시세의 5% 미만이 되도록 책정해야 저가 임대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매달 송금한 금융 증빙을 남겨야 하며, 부모 역시 과세 대상이라면 주택임대소득 신고를 빠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부모와 자녀가 같은 집에서 사는 것입니다. 함께 생활하는 건 세법상 ‘부동산 무상 사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김경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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