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여성 강도살인 ... “또 오키나와냐” 확산하는 주민 분노 들어보니

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10-05 13:42
입력 2026-10-05 13:42
日국토 0.6%에 미군시설 70%
재발 방지 약속에도 범죄 반복
일본 남부 오키나와 본섬 기노완시에 있는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에 MV-22 오스프리 수송기들이 주기돼 있다.
AP 연합뉴스


“솔직한 심정은 ‘또인가’입니다. 얼마나 더 피해를 보고, 얼마나 더 목소리를 높여야 달라지는 걸까요.”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미 해병대원이 체포되면서 지역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미군 범죄가 오키나와에 집중된 기지 부담과 주민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회사원 히가(61) 씨는 5일 서울신문에 “정부가 되풀이하는 ‘분노’, ‘유감’, ‘기강 확립’이 공허한 말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40대 긴조 씨도 “피해자의 존엄이 짓밟히고 목숨과 미래까지 빼앗겼다”며 “언제까지 오키나와가 미군 관련 피해를 계속 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날에는 오키나와와 도쿄에서 각각 항의 집회가 열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키나와현 경찰은 전날 후텐마 비행장 소속 미 해병대원 데빈 제이콥 발라드(20) 일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3일 나하시 호텔에서 39세 일본인 여성을 살해하고 지갑과 배낭을 빼앗은 혐의다. 강도살인 용의자가 체포된 날엔 가데나 기지 소속 미 공군 병사도 나하시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는 일본 국토의 약 0.6%인 이 지역에 주일미군 전용 시설 면적의 약 70%가 몰려 있고, 반복되는 미군 범죄로 일상의 안전까지 위협받는다는 불만에서 비롯된다.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서 사람들이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95년 미군 3명의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은 대규모 항의 시위와 후텐마 비행장 반환 논의로 이어졌다. 2016년에도 전직 해병대원인 군속의 여성 살해·유기 사건이 거센 반발을 불렀다. 현에 따르면 1972년 일본 반환 이후 미군·군속과 가족이 연루된 형사사건은 6000건을 넘는다.

사건 때마다 미국 측은 기강 확립과 교육 강화를 약속했지만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이어져 왔다. 특히 이번 사건이 정부가 추진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현내 헤노코 이전에 대한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민들과 야권은 기지 축소와 현 밖 이전을 요구해 왔다.

대만과 동중국해에 인접한 오키나와는 미일 양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중시하는 핵심 군사 거점이다. 주민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오키나와의 기지 축소나 이전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배경이다.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극히 잔인하고 흉악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 측에 수사 협조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키나와현은 이번 항의에 미일지위협정 개정 요구를 포함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범죄 대응과 관련한 핵심은 미군이 확보한 용의자의 기소 전 신병 인도를 보장하는 문제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 경찰이 먼저 체포해 일본 측이 구금하고 있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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