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장관 “경자유전 유효…‘나라가 땅 뺏기’는 가짜뉴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수정 2026-10-05 12:00
입력 2026-10-05 11:52

“헌법 개정 필요 없어… 농지법, 시대 맞게 개정하면 되는 문제”

‘경미한 위반 처분 제외’ 특별법 새달 발의
“예외적 조항 허용이 헌법정신·농지법”
“李대통령 끊임없이 설명하라 당부”
“처음부터 설명 충분했으면 좋았겠지만
나쁜 사람 빠져나갈 시간 주는 측면도”


농지 조사에 대해 설명하는 송미령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여당이 추석 전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달 17일 경기 평택시의 한 농지 모습. 농민들 사이에서 세금 부담과 농지 강제 처분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당초 계획을 보완하기로 했다. 홍윤기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시대에 맞게 농지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거듭 밝혔다. 송 장관은 다음 달 경미한 위반은 법적 강제 처분에서 제외하는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5일 송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 개정을 둘러싼 농민들의 반발에 대해 “경자유전의 정신은 투기를 방지하고,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를 쓰자는 것”이라며 “그 원칙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8월 28일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농지법 위반이 확인된 농지에 대해 과거 지방자치단체 재량이던 처분명령을 의무화하고, 불법 임대차도 신고포상금 대상으로 넣었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가와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도 부과될 수 있게 했다.



당초 취지는 투기·편법 소유를 막고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었으나 농민들은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농사지을 힘도 없는데 농촌 현실을 외면한 법 개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대해 땅값의 25%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농지조사 후폭풍, 위기의 농촌 간담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지조사 후폭풍, 위기의 농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함과 동시에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이런 원칙이 자유시장경제에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경자유전을 직역하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논밭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지만, 그 원칙에 따라 예외적 조항을 허용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라며 “그 예외를 담은 것이 농지법”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이와 관련 헌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굳이 헌법 개정까지 갈 필요는 없다”면서 “농지법을 이 시대에 맞게 바꾸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송 장관은 농촌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농지법을 개정하기 위해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1996년 농지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 농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며 “조각난 정보들을 모으고, 빠져 있는 정보를 채워 농지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는 것이 조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남원시청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읍면동 이·통장 대표 대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어 “지금은 농사지을 사람이 줄었고, 나이도 많다. 쉬는 땅이 많아졌고, 상속도 많이 이뤄졌다”면서 “변화한 현실 속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가 있다면 바꾸고, 30년 묵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앞뒤 다 자르고 위반 의심 농지의 비율과 이행강제금 관련 규정만 부각하면서 ‘나라가 땅을 뺏어가네’라는 프레임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뉴스”, “카더라 통신” 등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농식품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농지 기본조사 결과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약 27%, 284만필지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파악됐다. 특히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휴경 11.6%, 불법전용 9.0% 등이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 제도를 강화한 개정 농지법이 지난 8월 말 시행되면서 농심이 동요했다.

결국 당정은 지난달 21일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관행적 위반 사항은 일률적 처분 대상이 아니며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을 통해 충분한 기간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의 보완책을 내놨다.

송 장관은 “원칙만으로는 안 되겠다.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별조치법으로 처분을 제외·유예해 놓고 현실에 맞는 농지 제도 개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관행 위반은 강제 처분 예외’ 특별법
민주당, 다음 달 초 발의·연내 제정
특조법은 토론회를 거쳐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초 발의하고, 연내 제정될 예정이다.

반면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으로 농지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 법인의 부동산업 영위, 경매 등으로 공유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진흥지역 내 설치가 제한되는 비농업용 시설이나 다른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시설로 불법 전용은 투기로 보고 엄단한다.

송 장관은 “농지 심층 조사를 통해 현장에서의 일반적·관행적 위반은 빠져나가고, 투기만 걸러내면 농지법 위반 사례가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장관은 “처음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런 목적으로 전수조사한다고 설명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러나 나쁜 목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빠져나갈 시간을 미리 주는 측면도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은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친절하게, 상세히, 끊임없이 설명하라고 당부했다”며 “국·과장 70여명을 지역 담당관으로 1인 또는 2인 1조로 편성해 추석 전 전국 시·군을 찾아가 정책 취지를 설명했고, 앞으로 권역별 설명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여당이 추석 전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달 17일 경기 평택시의 한 농지 모습. 농민들 사이에서 세금 부담과 농지 강제 처분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당초 계획을 보완하기로 했다. 홍윤기 기자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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