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인프라 탄탄한 ‘분업화’의 나라… 인적 분업화는 되레 판단 공백 불렀다[나고야 야호]

류재민 기자
수정 2026-10-04 23:58
입력 2026-10-04 23:58
나고야로 시작해 안조, 도코나메, 도쿄, 고마키, 도요하시, 오카자키, 헤키난, 니시오, 도요타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며 다닌 도시다. ‘분업화’의 나라 일본답게 이번 대회는 여러 도시에서 경기가 분산돼 열렸고 역대 가장 넓은 범위를 자랑했다. 하루 이동하는 데 왕복 3시간 이상은 기본일 정도로 경기장 가는 길이 멀고도 멀었다. 그런 속에서도 경기장에 가보면 한편으로는 일본의 탄탄한 인프라에 놀라곤 했다.
이런 곳에 경기장이 있을까 싶은데 번듯한 시설이 지어져 있었다. 행사 진행이 원활했느냐와는 별개로 지역 생활 체육의 거점으로 기능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관중석을 많이 짓는 한국과 달리 지역민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은 소박한 관중석 역시 인상적이었다.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경기장의 분업화가 일본 스포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요소였다면 사고를 유발한 인적 분업화는 일본의 안 좋은 단면을 보여주는 요소였다. 철저하게 자기 영역의 일만 알고 조금만 범위를 벗어난 질문에는 오답을 주거나 답변을 못 하는 일이 이어졌다.
무언가 필요한 일이 있어 물어보면 관계자들은 “아 조또”(어 잠시만요)라는 말을 한다. 시간이 없어 빨리 알아보려고 물어본 것이지만 대체로 해결은 안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처음부터 말해주면 될 텐데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봐도 결국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해 “스미마셍”이란 말을 듣게 된다.
실제로 미디어 버스(TM)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어보면 모르기 일쑤, 기자실이 어딘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근대5종 경기가 열린 안조 스포츠파크에서 나오는 길에 TM을 어디서 타느냐 물었더니 당황한 자원봉사자가 우왕좌왕하다가 인포메이션 센터로 안내해줬고, 센터 직원들이 알려준 주차장으로 가니 “No bus here(여기는 버스가 안 온다)”라는 답을 들었던 기억은 아찔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특유의 촘촘한 업무 분담이 오히려 책임과 판단의 공백을 만들어낸 듯하다. 일본답지 않은 수준을 넘어 상식 밖의 사고가 자꾸 생긴 탓에 나고야와 아이치현은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글·사진 나고야 류재민 기자
2026-10-05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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