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넘어 美 아카데미 상륙 할 영화 찜해볼까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05 00:07
입력 2026-10-05 00:07

부산국제영화제 내일 개막

올해 亞 유일 ‘A-리스트’ 영화제 공식선정
대상 수상땐 자동으로 아카데미 출품

韓영화 ‘그날의 태주’ ‘면도’ ‘긴긴밤’ 대상 도전
일본·인니·우즈벡·이란 출품작 등과 경쟁
어떤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 정상을 차지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할까. 오는 6일 막을 올리는 부국제 경쟁부문 영화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국제가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면서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생긴다. 아카데미 출품 자격 지정 영화제는 부산을 비롯해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의 6개 영화제뿐이다.

영화 ‘그날의 태주’


경쟁작 13편 중 한국 영화는 모두 세 편이다. 임하연 감독 ‘그날의 태주’는 영문도 모른 채 좋지 않은 소문에 시달리던 태주(박한솔)가 도망치듯 기차에 올라 해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지혜 부국제 프로그래머는 “막강한 이야기꾼의 면모와 장악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놀라운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공포 소설 작가 수연(노정의)이 애인 신지(카사마츠 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김정훈 감독의 ‘면도’는 예측이 어려운 스릴러다. 염규복 감독 데뷔작 ‘긴긴밤’은 경쟁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아기 펭귄 나가 서로 버팀목이 돼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명의 동화가 원작이다.

영화 ‘비트윈 투 러버스’


네 편의 일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남편 모리오(에모토 타스쿠)와 동성 연인 준나(이시바시 시즈카) 사이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이어가던 우타(나가사와 마사미)가 “세 사람이 가정을 꾸리자”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가족과 함께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마이(쿠로키 하루)가 산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남편 고이치(하시모토 아쓰시)와 갈등을 겪는 가토 다쿠야의 ‘일요일 다음날’은 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사토코는 언제나’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 열다섯 살 사토코(히메노 카슌), 불륜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서른다섯 영화 홍보 담당자 사토코(아리무라 카스미), 자녀를 다 키운 뒤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아가는 쉰다섯 주부 사토코(이시다 히카리)까지 세 명의 사토코로 여성의 삶을 포착했다. ‘실버 익스프레스’는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 없는 젊은 여성 치에리(오카모토 유이)가 육체적 욕망만 있는 쇼야를 만나면서 균열을 겪는 이야기다. 모녀 삼대의 이야기를 그린 중국의 구유 감독이 연출한 ‘처음 만난 외로움’은 상실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견디고 메워가는 이들의 일상을 조용히 담아낸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위지에(웨버 양)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희극과 비극을 담은 리원찬 감독의 ‘평범하기 위하여’는 타이완 영화의 지금을 보여준다.

영화 ‘마이 마더’


‘마이 마더’는 인기 있는 무용수였지만 남편의 빚 때문에 딸을 강제로 혼인시켜야 했던 수미아티(크리스틴 하킴)의 분투를 담았다.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살인을 저지른 외동딸 스리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들은 수미아티는 주변의 만류에도 딸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인도네시아의 주목받는 감독 에디 차효노의 네 번째 장편이다.

영화 ‘바다에 새겨진 이름’


한국과 필리핀의 민주화운동에 자극을 받아 인도네시아 독재 타파에 나선 대학생 라웃(레자 라하디안)의 이야기를 그린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바다에 새겨진 이름’은 묵직한 주제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운명과 희생을 조명하면서 묵직한 시대적 부채 의식을 증명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영화 ‘빵과 책’


‘힐롤’은 아들처럼 키워진 스물세살 여성 힐롤의 방황을 그렸다. 우즈베키스탄의 신인 감독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의 첫 장편이다. 이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천국의 아이들’(1997)로 유명한 거장 마지드 마지디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상의 끝 메마른 악지 마을에 유일한 교사 솔란의 이야기를 그린 신작 ‘빵과 책’을 선보인다. 박성호 부국제 프로그래머는 “말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다층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거장의 연출력”이라고 평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센텀시티, 해운대, 남포동 등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59개국에서 출품한 247편의 공식 초청작을 포함해 모두 316편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한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은 7일 허진호 감독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 주연 야외무대인사를 비롯해 이민호 배우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역사 왜곡 논란으로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김기중 기자
2026-10-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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