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킹망 막히자 직원용 시스템 뚫어…은행 자율점검 허점 노렸다

서유미 기자
수정 2026-10-04 19:39
입력 2026-10-04 19:39

금융권 AI 해킹 사각지대
신한·국민·하나 등 영업 통로 뚫려
정보보호 투자 비중 10% 밑돌아

최근 금융권 연쇄 정보 유출은 해커가 특정 회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며 금융사 보안의 빈틈을 찾아낸 결과로 추정된다. 고객의 거래·신용 정보를 관리하는 핵심 금융업무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거나 자율 점검 대상인 직원용·업무 지원 시스템이 공격의 통로가 된 것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공격으로 대출모집인용 간편 조회서비스(신한은행),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KB국민은행·부산은행), 영업지원시스템(하나은행) 등에서 고객과 외주 직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에서도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 페이지가 공격받았다. 고객이 직접 이용하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대신 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침투 경로가 됐다.

조사 결과 일부 금융사는 휴대전화 인증 등 본인 확인 없이 대출 신청 내역과 기업 대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용 모바일 서비스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열어둔 경우도 있었다. 홈페이지의 취약점을 이용해 서버에 악성 코드를 설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기본적인 인증과 접근 제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상대적으로 관리의 관심이 덜 했던 영역이 공격 대상으로 활용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인증 조치 미흡과 업무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정보 보관·조회 등을 사각지대로 지목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4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신한· KB국민·하나 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코너가 보이고 있다.
홍윤기 기자


금융감독원의 연례 전자금융기반시설 취약점 점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점검은 인터넷뱅킹 등 고객의 거래·신용 정보 관련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에 공격받은 외부·업무 지원 시스템 일부는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시스템의 보안 점검은 대부분 금융회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킹 사고로 노출된 허점과 관련해서 금감원은 인증절차가 누락된 서비스를 전수 조사해 오류를 수정할 예정이다. 또 직원용 업무지원서비스에서는 사전에 등록된 단말기로만 접속할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한다.

AI에이전트를 활용한 공격 수법은 빠르게 고도화되지만 금융회사의 보안 투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IT 투자액 중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각각 8.15%, 7.96%, 9.02%, 9.06%로 모두 10%를 밑돌았다. 우리은행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444억원에서 364억원으로 1년 새 약 18% 줄었다. 신한은행도 IT 투자액은 늘렸지만 정보보호 투자액은 제자리걸음해 비중이 0.67% 포인트 낮아졌다.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는 만큼 이를 보호하는 투자도 함께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한 유의사항을 금융권에 전달하고 긴급 점검에 나섰다. 지난 7월부터 IT 기본 통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금융사가 스스로 미비점을 고치는 ‘자율 시정’을 진행 중인 만큼,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수사대도 지난 2일 신한은행 등 해킹 피해가 확인된 금융사를 대상으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서유미·황인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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