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알래스카 LNG 합의 안 하면 2배 청구”…관세 무기 삼아 노골적 압박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수정 2026-10-04 15:35
입력 2026-10-04 15:35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도 韓 84억 달러 투자 밝혀 논란

“1년 반 안에 공장 안 지으면 관세 300%” 으름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공화당이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많은 다음달 중간선거 판도를 뒤집기 위해 동맹국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발표가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다. (투자 논의를 할 때) 한국 대표단이 있었다”며 “지켜보자. 그들이 하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두 배로 하겠다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관세 인상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월에도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상호관세를 무역협정에서 합의한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자 무역법 301조 조사를 활용해 관세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지난 7월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강제노동을 이유로 12.5%의 관세를 매겼으며, 과잉생산에 따른 추가 관세를 조만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무역협정에 따라 과잉생산 관세가 발표되더라도 강제노동과 합쳐 15%가 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측 입장을 확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세 카드는 관세법 338조도 있다. 이 조항은 미국과의 상거래에서 차별을 한 나라의 제품에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금지할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와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이 조항을 바탕으로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도 나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했다. 엑스와 인스타그램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올리며 ‘한국이 미국에 알래스카 LNG 사업 540억 달러를 포함한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홍보문구를 게재한 것이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도 “투자가 실현되면 한미 양국 국민에게 진정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84억 달러(약 11조 3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의 딜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원유 회수 증진 프로젝트에 84억 달러”라고 적었는데, 이는 양국이 전날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담기지 않은 사안이었다.

아울러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의 관세를 매기겠다며 정치적 선전을 펼쳤다. 그는 3일 오하이오주에서 연설을 하며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1년 반 정도의 기회를 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50~3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하이오주는 이번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