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젤렌스키 위협할 처지 아냐, 말 신중히…‘계엄’이 北도발보다 한국인 더 두렵게 해” 적반하장 [배틀라인]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04 10:45
입력 2026-10-04 10:32

아조우여단 前참모장 크로테비치 공개 비판
“누구에게 무슨 말 하는지 신중히 생각해야”
계엄·北도발 거론…“우크라 진짜동맹 될수도”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6.7.8 연합뉴스


[배틀라인 3줄 요약]
● 우크라이나 아조우여단 전 참모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계엄’과 북한의 군사위협까지 거론했다.
● 그는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우크라이나가 몇 안 되는 ‘진짜 동맹’이 될 수도 있다며 ‘서류상 동맹’보다 실제로 곁을 지켜줄 동맹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이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추가 조치를 경고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갈등을 ‘외교적 오해’로 규정하고 한국 측과 수습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방어전에 참여한 아조우여단 전 참모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놓고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사실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추가 조치를 경고하자 ‘계엄’과 북한의 군사위협까지 끌어들여 맞받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제12특수목적여단 ‘아조우’ 참모장을 지낸 보흐단 크로테비치 예비역 중령은 2일(현지시간) 엑스(X)에 영어로 “한국 대통령은 누구를 위협할 처지가 아니며,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고 썼다.

이어 “‘계엄’이라는 말 자체가 북한의 실제 군사행동이나 도발 가능성보다 한국인들을 더 두렵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크로테비치는 “기분 나쁘게 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한국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이 공격받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한국의 몇 안 되는 ‘진짜 동맹’ 가운데 하나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현실이 보여주듯 위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동맹이 아니라 실제로 곁을 지켜줄 진짜 동맹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게시물에는 한국어로 작성된 반박 댓글이 잇따랐다. 4일 오전 기준 댓글은 1100개를 넘겼다. 한국어 이용자들은 “우크라이나가 한국과 동맹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 “한국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말라”, “계속 이러면 무기는커녕 돈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가 진짜 동맹 될 수도”…韓·우크라엔 상호방위 의무 없어크로테비치는 ‘계엄’을 거론한 뒤 “한국이 공격받으면 우크라이나가 진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노출된 한국은 유사시 실제로 도울 우군이 필요하므로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다만 12·3 비상계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발은 군의 국내 정치 개입과 헌정질서 문제로, 북한의 핵·미사일과 군사도발에 대한 위협 인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류상 동맹’이라는 주장도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과 한미연합방위체계를 갖춘 조약동맹이라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상호방위 의무도 없다. 따라서 유사시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진짜 동맹’이 될 수 있다는 크로테비치의 주장은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2024년에도 한국 향해 공개 발언…당시에도 논란크로테비치는 2022년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포위 당시 아조우스탈 제철소 방어전에 참가했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같은 해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으며 이후 아조우여단 참모장을 지냈다. 지난해 2월 전역해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나 군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다.

크로테비치는 2024년 10월에도 한국을 향해 공개 발언을 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알려지자 엑스에 한글로 “북한은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냈다”며 “1945년부터 소련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한국어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北포로 공개 놓고 한·우 충돌…李 “사과 없으면 추가 조치”
우크라 정부는 “외교적 오해”…양국 외교장관 수습 협의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보안을 요청해 양국이 송환 문제를 비공개로 처리하기로 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2일 엑스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부인한 데 대해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북한이 한반도에서 실제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사안을 ‘외교적 오해’로 규정하며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라며 조속한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내놓을 메시지의 내용과 발표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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