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열질환자는 줄었는데 사망자는 역대 2위…‘폭염의 역설’ 왜?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02 12:35
입력 2026-10-02 12:35

환자 전년비 394명 감소한 4066명…사망 36명으로 2018년 이어 최고치

올해 온열질환자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출처= 아이클릭아트


올여름 전국을 달군 폭염이 물러간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온열질환 감시 결과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전체 환자 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넘어, 우리 사회의 폭염 대응체계와 보건 사각지대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2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516개 응급실 표본감시체계를 가동한 결과, 올여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4,06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4,460명)보다 8.8%(394명) 감소한 수치다. 폭염의 절대적 기세나 환자 발생 규모 면에서는 수치상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사망자 통계에 있다.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36명으로, 지난해(29명)보다 7명 증가했다. 이는 보건당국이 2011년 폭염 피해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48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환자 수는 줄었는데 목숨을 잃은 이는 늘어났다는 것은 온열질환의 치명률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치명률의 역설’은 온열질환이 주로 특정 취약계층과 위험 환경에 집중되어 발생한다는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34.9%를 차지했고, 성별로는 야외 활동량이 많은 남성이 77.2%로 압도적이었다. 발생 장소 역시 작업장(26.1%), 논밭(12.5%), 길가(12.0%) 등 실외가 전체의 75.3%를 차지했다.

이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는 한낮(오후 2시~5시) 시간에 생계나 작업 때문에 위험한 야외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제조 현장 근로자, 그리고 고령 농업인들이 인명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별 사망자 발생 현황에서 서울과 전북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은 도심의 열섬 현상에 노출된 고령층 취약가구와 폭염 속 고령 농민이 공통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올여름 통계가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환자 수 감축’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일괄적 폭염 대책에서 벗어나 ‘고위험군 사망 예방’ 중심의 맞춤형 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발생 비율을 기록한 열탈진(61.8%) 단계에서 조기에 휴식을 취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률이 높은 열사병(17.3%) 등으로 악화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이제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닌 상시화된 재난이다. 단 하루 만에 239명의 환자가 쏟아져 나온 8월 7일의 사례처럼, 폭염의 피크 타임에 맞춰 야외 작업 중지 권고를 넘어서는 강제력 있는 노동자 보호 조치가 작동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홀몸 어르신과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밀착형 모니터링이 한층 강화되어야만 ‘환자는 줄어도 사망자는 늘어나는’ 기이하고 비극적인 폭염의 역설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