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든 수사관들 오간 개청식…중수청 “절제 최우선, 더 적게 베고 뿌리 도려내겠다”

김주환 기자
수정 2026-10-02 11:39
입력 2026-10-02 11:39
청장 공석 속 정원 66%, 1900명으로 출발
윤호중 “수사·기소 나눠도 책임은 못 나눠”
개청식 전부터 고소·고발 10여건 접수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은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공식 출범했다. 같은 날 공소청법 시행으로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문을 열면서, 1948년 이후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날 오전 10시 개청식이 열린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본청은 행사 30분 전부터 분주했다.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청사를 드나들었고, 짐과 쇼핑백을 든 수사관들이 행사 직전까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자리를 잡은 간부들은 행사장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기자석 뒤편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식장을 둘러봤다. 의자가 모자라 국민의례가 시작된 뒤에도 직원 상당수는 뒤편에 선 채 식을 지켜봤다.
개청식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김민재 행안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총정원 2874명의 66.1%인 1900명(잠정)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만 우선 가동하고,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개통한다.
초대 청장은 아직 공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청장 임명 전까지는 판사 출신인 전종민(사법연수원 24기) 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전종민 중수청 차장 “더 적게 베고 병의 뿌리 도려낼 것”
전 차장은 인사말에서 “한 사람이 선수와 심판을 겸할 수 없듯, 한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면 스스로에게 엄격하기 어렵다”며 “중수청은 ‘절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절제는 수사를 덜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수사 역량을 키우려는 것도 더 많이 베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적게 베고도 병의 뿌리를 도려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준비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예로 들었다. 전 차장은 “갯벌 위 활주로는 가라앉을 것이라 했고 개항을 미뤄야 한다는 외국 전문기관 보고서까지 나왔다”며 “저희를 향한 우려를 흘려듣지 않고 하나하나 답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장관은 축사에서 “중수청의 출범은 개혁의 끝이 아니다”라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국민을 위한 책임까지 나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공소청 등과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공조 체계를 갖춰 달라고 주문했다.
서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조작·표적 수사로 국민 신뢰를 잃게 했다고 지적한 뒤, 중수청이 미국 연방수사국(FBI)보다 나은 수사기관이 되길 바란다며 입법과 예산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노 처장은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 존중이 수사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노력을 결실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청식이 열리기 전부터 고소·고발도 10여건 접수됐다. 첫 고소장은 서울의 한 경찰관을 법왜곡죄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개인의 고소였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가 부당한 성과급 지급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매설을 알고도 막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을 외환(일반이적) 혐의로도 고발했다.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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