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또! 스미마셍” 이러니 사고 터지지…아시안게임 망치는 일본의 분업화 [나고야 야호]

류재민 기자
수정 2026-10-02 08:45
입력 2026-10-02 08:45
자기 임무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관계자들
상황 모르고 잘못된 안내로 사고 다수 발생
일본 특유의 촘촘한 업무 분담이 공백 생성
“아 조또”(어 잠시만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차 싶다. 뭔가 알아봐 줄 듯 기다리라고 하면서도 결국 해결이 안 되는 일이 부지기수라서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알아보려고 물어본 건데 기다려달라니 기다릴 수밖에. 그리고 잠시 후에 듣는 말 “스미마셍.” 모르면 모른다고 처음부터 말해주면 될 텐데 모르는데 결국 누구도 모르는 게 문제다. “아 조또!”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은 일본의 분업화와 (나쁜 의미의) 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회다. 많은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가 세분화된 각자의 업무를 맡고 있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조금만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모르는 탓이다. 연계된 내용, 전체 종합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탓에 사고 역시 자주 발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주요 교통수단인 버스는 미디어용과 관객용, 자원봉사자용 등으로 나뉘는데 역 앞에서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는 특정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내용만 오로지 숙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미디어 버스가 어디서 출발하냐고 물어보면 잘 모른다. 해당 자원봉사자는 그저 경기장 가는 사람들을 이쪽으로 안내하라는 지시만 받아 충실히 이행할 뿐 그 이외 것은 무지하다.
실제 사례는 이런 식이다. 근대5종 경기가 열린 안조 스포츠 파크에서 나오는 길에 미디어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 물었더니 당황한 자원봉사자가 “조또 마떼 구다사이”(잠시 기다려주세요)를 말하더니 인포메이션 센터로 안내해준다.
그러나 인포메이션 직원들도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버스 출발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한참을 무전으로 대화를 나누더니 특정 방향을 가리킨다. 버스라면 주차장으로 오지 않을까?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이 내린 결론인 듯했다. 그리고 먼 길을 돌아 안내해주는 주차장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더니 거기 기다리던 자원봉사자는 “No bus here(여기는 버스가 안 온다)”라고 말한다. 결국 30분 떨어진 역까지 걸어간 끝에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면서 교육을 시켰겠지만 이들은 딱 자신의 역할에 필요한 것만 안다.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평창올림픽 당시의 한국,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의 중국 자원봉사자들이 어떻게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책임자를 알고 적극적으로 최소한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것과 대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재진 사이에서는 “1m 옆의 일도 모를 것”이라는 농담 섞인 푸념도 나온다. 1일 럭비 한일전이 열렸던 나고야 미즈호공원 럭비경기장에서 경기가 끝나고 안내센터를 찾아 기사송고실(프레스 센터)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경기장을 돌아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프레스 센터’를 최대한 일본식 발음으로 해보고 몸짓 손짓 동원해 물어도 같은 답을 해주길래 이동하려는 찰나, 다행히도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다른 관계자가 제대로 알려줘서 넓은 경기장을 빙빙 돌아야 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축구팀을 야구장으로 보내는 등 이번 대회 선수들이 다른 경기장에 가는 문제 역시 같은 원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버스를 태워 보내는 것만 알지 어느 나라, 어떤 종목 선수들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정확한 안내 방법을 모르는 관계자의 잘못된 안내가 빚은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이 와중에 자기 역할에는 철저해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집념은 또 대단하다. 차가 드나드는 곳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은 마치 결계라도 친 것처럼 철저하게 차만 오가게 하는 식이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모든 차량마저 빠져나간 시간에 거길 지키고 서서는 사람이 절대 못 나가게 한다. “지금 차가 한 대도 없는데 괜찮지 않겠느냐”, “정말로 시간이 없다. 빨리 가야 한다”고 사정사정해도 대답은 “NO”다. 어차피 지나길 길을 20분을 돌아가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옆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그는 브라질에서 왔다고 했다)의 자원봉사자에게 “저러는 게 이해되느냐” 물었더니 그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데서 조금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끝을 향해가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은 많았지만 그 역할을 넘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줄 사람은 대체로 찾기가 어려웠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본 특유의 촘촘한 업무 분담이 오히려 책임과 판단의 공백을 만들어낸 셈이다. 상식 밖의 사고가 자꾸 생기다 보니 일본 현지에서조차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하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또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길을 묻고 있을 것이다. “아 조또”라는 답을 들을 테고 아마도 분통이 터질 수도 있겠다. 외치겠지. “아 조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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