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무기 쓸 수 있다” 섬뜩 경고…으름장 놓은 이유 [배틀라인]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01 23:11
입력 2026-10-01 23:11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배틀라인 3줄 요약]
● 러시아는 나토가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키려 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전력과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연일 경고했다.
● 나토는 지난 8월 칼리닌그라드 주변에서 통신·레이더망 차단과 방공망 제압 능력을 과시하는 군사작전을 벌였고, 폴란드도 이 일대에서 나토의 군사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칼리닌그라드와 수바우키 회랑을 둘러싸고 나토의 군사활동과 러시아의 경고가 맞물리면서, 전문가는 오판이 양측의 직접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발트해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 움직임에 이틀째 경고를 이어갔다.


전날 나토에 비공식 외교문서를 보내 칼리닌그라드를 고립시키려 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1일(현지시간)에는 크렘린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시작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맞붙을 수 있는 발트해의 잠재적 충돌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 “군사행동 나서면 후회”…이틀째 나토에 경고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겸 해양위원장은 이날 칼리닌그라드 당국과 회의에서 나토를 겨냥해 “그들은 어떤 위협도 실행에 옮길 수 없으며 위협은 그저 말뿐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그들이 실제 행동을 취하려 한다면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며 상황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시작한다면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파트루셰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칼리닌그라드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시를 이미 내렸으며 관련 기관이 이를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이날 “칼리닌그라드는 불가분한 러시아의 일부이자 러시아 최서단의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러시아는 자국 법률에 따라 이 지역의 안보를 확실하게 지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페스코프는 전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경고에 대해서는 “대립적 발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엔 “핵무기 포함 모든 수단”…의사결정센터 타격도 거론로이터통신이 지난달 30일 입수한 러시아의 대나토 비공식 외교문서(non-paper)에 따르면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이 칼리닌그라드를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고립시키려는 어떤 시도라도 한다면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전력과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나토의 움직임이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직접 충돌이 벌어질 경우 “시작부터 나토 회원국의 의사결정센터를 타격할 가능성”도 문서에 명시했다.

나토는 러시아에 핵 위협을 중단하라고 맞섰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방어적 동맹”이라며 러시아의 핵 위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나토 영토에 “임박한 위협은 없다”며 러시아가 실제 공격을 준비한다면 사전에 병력 증강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라고 했다.

뤼터는 러시아의 잇따른 경고를 우크라이나 전쟁과도 연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나토를 분열시키고 서방의 관심을 우크라이나에서 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8월 칼리닌그라드 주변서 방공망 제압 능력 과시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 문제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지역의 군사·지리적 가치 때문이다.

인구 약 100만명의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다. 방공·미사일·해군 전력이 집중된 러시아의 군사 전초기지로, 북·중부 유럽 깊숙이 전력을 투사할 수 있다. 반대로 러시아 본토와 육로로 이어져 있지 않아 전쟁이 벌어지면 병력과 물자 보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러시아는 이곳에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배치해 왔다. 이스칸데르-M은 최대 약 500㎞ 떨어진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최근 나토의 실제 군사 움직임도 러시아의 반발을 키웠다. 서방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 나토 회원국 항공기 수십대가 칼리닌그라드 주변에서 예고되지 않은 작전을 벌였다. 유사시 칼리닌그라드의 무선통신과 레이더 연결을 끊고 방공망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작전에는 E-3A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미군·노르웨이군 전투기 등이 투입돼 공중타격과 공중급유, 정찰, 전자전 등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도 군사훈련 강화 주장…수바우키 회랑 방어 확대폴란드에서는 칼리닌그라드 인근 나토 군사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달 11일 칼리닌그라드 인근에서 나토가 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벌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병력을 빼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칼리닌그라드에 대한 공격 행동을 하자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토는 발트 지역의 방어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발트 3국 상공을 지키던 공중경찰 임무를 위협 물체를 격파할 수 있는 공중방어 임무로 확대했고,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제45기갑여단을 영구 배치하고 있다.

독일군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 사이에 놓인 ‘수바우키 회랑’을 방어하는 것이다. 약 100㎞ 길이의 이 회랑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따라 이어지며 발트 3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을 육로로 연결한다. 러시아가 유사시 이곳을 장악하면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와 나토의 육상 연결이 끊길 수 있어 오랫동안 나토 동부전선의 취약 지점으로 꼽혀 왔다.

러시아는 비공식 외교문서와 유럽 주재 대사관들의 성명에 이어 이날 파트루셰프와 페스코프까지 경고에 가세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 핵 전문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서방에는 전쟁 문턱 아래의 압박으로 보이는 발트해 봉쇄도 러시아에는 “공개적인 전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의 군사 행동과 위협이 맞물리면서 “상호 오판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 지도. 서울신문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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