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6% 줄었는데…사망자는 왜 13% 늘었을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강주리 기자
수정 2026-10-01 11:43
입력 2026-10-01 02:02
사고는 줄었는데 더 치명적으로… 사망 75명→85명↑
미관 등 청소년 ‘노브레이크 픽시’ 유행내년 브레이크 뗀 ‘픽시’ 타면 과태료 4만원
경륜장 등 운행장소 제한…내년 1월 시행
자전거길 14년새 86% 늘어 2.8만㎞
‘도로 깔기’ 한계…‘멈춤·살피기’ 교육 필수
전국에 깔린 자전거도로가 2만 8000㎞를 넘어섰습니다. 2011년만 해도 1만 5307㎞였던 자전거도로는 지난해 2만 8453㎞로 14년 만에 86% 늘었습니다. 공영자전거도 7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를 분리해 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꾸준히 인프라를 늘린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길은 늘어나는데 자전거를 타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9일 국가승인통계로 발표한 ‘2025년 기준 자전거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자전거 이용자가 가해운전자로 분류된 교통사고는 5235건으로 전년(5571건)보다 6% 감소했습니다. 피해운전자로 분류된 경우까지 포함한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도 1만 2572건으로 전년보다 3.2%(442건) 줄었습니다.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75명에서 85명으로 13% 증가했습니다. 자전거가 가해운전자로 분류된 사고는 336건 줄었는데, 목숨을 잃은 사람은 오히려 10명 늘어난 겁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사망자는 385명에 달합니다. 한 해 평균 77명꼴로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얘기죠.
“브레이크 달면 간지 떨어져”
5년간 385명 사망…차에 충돌死 48명→54명사망사고를 뜯어보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전체 자전거 사고의 약 66%인 3458건이 전방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52명으로 전년 50명보다 2명 늘었습니다. 전체 자전거 사망자 10명 중 6명꼴입니다. 신호 위반 13명, 중앙선 침범으로도 7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충돌했을 때 피해가 컸습니다. 자전거와 자동차 간 사고 사망자는 전년 48명에서 지난해 54명으로 6명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충돌에 따른 사망도 27명에서 30명으로 늘었습니다. 사고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한 번 사고가 났을 때 목숨을 잃는 중대 사고가 늘어난 셈입니다.
지역별로는 인천·대전의 자전거 사고가 전년보다 각각 22%, 19% 많이 증가했습니다. 사망사고는 경기가 지난해 19명(73% 증가)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3명(18% 증가), 경북 10명(43% 증가), 대전·전북 각 6명(각 100% 증가), 경남 5명(전년 동일), 대구 4명(100% 증가) 순이었습니다.
청소년 자전거 사고에도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20세 이하 사고는 2024년 1620건에서 지난해 1659건으로 2.4%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보다 1명 더 숨졌죠. 행안부가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한 이른바 ‘픽시 자전거’입니다.
픽시는 원래 페달과 뒷바퀴가 함께 움직이는 고정기어 자전거를 뜻합니다.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앞으로 나가고 뒤로 밟으면 뒤로 갑니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미관 등을 이유로 자전거에 달린 브레이크를 손쉽게 떼고 도로를 달린다는 점입니다. 제동장치 없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기술’처럼 보여주는 주행·묘기 영상까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제동 장치를 달면 간지가 떨어진다’며 지난해 브레이크를 없앤 픽시 자전거가 유행했고 사망사고도 발생했다”며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현란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하는 영상이 수두룩합니다. 여기에 민간 공유자전거 이용이 확산되면서 자전거 이용 자체가 늘어난 점도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브레이크 떼고 달리는 ‘픽시 자전거’
내년부터 규제 강화…과태료 4만원브레이크가 없다면 돌발 상황에서 치명적입니다. 행안부는 제동장치가 없는 경우 제동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크게 길어져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동차나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라도 즉각 멈추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브레이크를 없앤 픽시는 제동 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5배 이상으로 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은 ‘제동 장치가 있는 것’을 자전거로 정의해 브레이크를 떼면 오히려 자전거법 적용에서 빠지는 사각지대가 있었습니다. 픽시 자전거는 시중에 판매될 때 제동 장치를 달아 판매되지만 이용자가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논란이 됐죠. 문제는 이렇게 제동 장치가 제거되는 순간 픽시 자전거는 형태는 자전거지만 법적으로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게 돼 자전거법의 제재를 받지 않게 되는 겁니다.
이런 제도의 빈틈을 보완해 일반 자전거의 안전요건에 제동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안전요건을 갖추지 않은 자전거로 도로를 달릴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지난 29일 제동 장치가 없는 자전거의 안전기준과 운행장소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을 선수용 경륜장, 안전대책을 마련한 체육시설, 경찰 승인을 받은 경기구역 등으로 한정했습니다. 일반 도로·자전거도로와 스포츠용 공간을 구분해 관리하도록 규정한 것이죠. 또 전동 장치로 주행하는 전기 자전거와 동일하게 내년 1월 8일부터는 자전거도로에서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를 타면 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4만원? 너무 약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앞서 지난 7월 개정한 자전거법에는 자전거도로에서 브레이크를 떼어낸 픽시 자전거를 타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2017년 전기 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진입 금지 시 도입했던 과태료가 4만원이라 형평성과 심리적 저항심 등을 고려해 동일하게 4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전 교육도 강화합니다. 학교에는 지난해부터 픽시 자전거의 위험성을 안전교육과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적극 안내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보도 통행 시에도 급회전하거나 전방주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자전거를 타고 횡단하다 사람과 부딪쳐 사망한 경우가 4명, 보도 통행하다 1명이 숨졌습니다. 자전거 단독으로 충돌하거나 도로이탈 등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도 23명에 이릅니다.
자전거 인프라는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자전거도로는 전년보다 699㎞ 늘어난 2만 8453㎞에 달합니다. 공영자전거도 7만 1938대로 1년 새 3.4% 증가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자전거 단체보험 가입자는 약 4700만명으로 전 국민의 90% 이상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자세히 보면 ‘도로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납니다. 전국 자전거도로 2만 8453㎞ 가운데 자전거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는 3875㎞로 13.6%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74%인 2만 1033㎞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겸용도로입니다.
자전거도로는 14년 동안 1만 3000㎞ 넘게 늘었습니다. 공영자전거도 7만대 시대를 맞았죠. 이제 자전거 정책의 무게 중심도 ‘얼마나 많은 길을 만들 것인가’에서 ‘그 길을 얼마나 안전하게 달리게 할 것인가’로 옮겨갈 때입니다. 도로를 더 까는 것만으로는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숨진 마지막 10명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요. 도로를 늘리는 것만큼 안전하게 멈추고, 서로를 살피며 자전거를 달리게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간지’ 챙기다 목숨까지 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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