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 별빛·물빛으로 서울·부산 물들인다

윤수경 기자
수정 2026-09-29 19:47
입력 2026-09-29 19:47
韓佛 현대미술가 전시 주목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62)과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 온 김택상(68) 작가 전시가 서울과 부산, 두 도시에서 모두 열려 눈길을 끈다.F1963 제공
●오토니엘 신작 전시… 이배와 2인전도
먼저 반세기 넘게 공장으로 쓰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부산 수영구 F1963에서 오토니엘의 최근작 10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사랑 안의 미로’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6월 프랑스 아비뇽 전역에서 열린 그의 대규모 전시를 F1963 공간에 맞췄다.
윤수경 기자
전시장 밖 달빛가든에 설치한 재생과 치유의 상징 ‘황금 연꽃’을 시작으로 석천홀 공중에 매달린 조각들과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강’, 금박으로 장식된 꽃 조각들로 에워싸인 분수 등을 따라 걷다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레 사유하게 된다. 특히 지름 4m 규모 작품 ‘코스모스’를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둘러싼 공간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궤도를 그리듯 배치한 별자리들은 미시적 존재인 인간과 거시적 세계인 우주를 연결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토니엘은 “미로는 두려운 것을 마주하는 공간이자 감정과 헌신, 기쁨과 슬픔이 얽혀 있는 곳으로, 현대인이 자신의 감정을 직면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장을 헤매며 만나는 물과 정원, 꽃, 우주를 통해 잠시 명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도 오토니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 ‘이배·장 미셸 오토니엘: 교차된 시선’을 통해서다.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대사관저 안팎에 두 작가 작품 20여점이 어우러졌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이어진다.
조현화랑 제공
●‘물의 미학’ 선보이는 김택상
지난 30여 년간 ‘물’을 매체로 색의 번짐과 침전, 겹침을 실험해 온 김택상 작가의 대형 전시도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현화랑은 부산 해운대구의 달맞이관과 해운대관, 그리고 서울 중구 신라호텔 내 서울관 등 세 곳에서 김택상 작가 개인전을 11월 8일까지 진행한다.
윤수경 기자
김택상의 작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물감이 번지고 마르며 캔버스 위에 층층이 쌓이길 기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아이스 블러섬’ 연작을 통해 물감과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맺힌 눈꽃 형상을 오롯이 담아냈다.
김택상은 “모든 것은 ‘시절인연’의 산물”이라며 “하나의 가치로 수렴되어 획일화되는 세계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고유성을 지니면서도 전체와 조화롭게 연결되는 세계가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또 “물, 바람, 햇빛, 중력, 시간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과 협업하며 그 과정에 참여하고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수경 기자
2026-09-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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