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밥 맛없어요” 4㎏ 빠지고 신기록…300㎏ ‘번쩍’ 박혜정, 은메달에도 활짝 웃었다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9 19:36
입력 2026-09-29 19:24
아시안게임 86㎏ 이상급 결승 2위
리원원에 10㎏ 뒤졌지만 미소 활짝
‘세기의 라이벌’ 화기애애 우정 과시
“더 열심히 하면 올림픽 金도 가능”
“항저우(금메달) 때보다 더 기쁜 메달인 것 같습니다.”
메달 색은 금에서 은으로 바뀌었지만 박혜정(23·고양시청)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3년 전 항저우에서 최대 라이벌인 리원원(26·중국) 없이 우승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정당당하게 맞붙어 따낸 메달이라 그만큼 더 값어치가 있었다. 메달 색깔보다는 준비한 것들을 해냈다는 기쁨, 운동선수로서 정정당당하게 해냈다는 뿌듯함이 박혜정에게는 더 소중했다.
박혜정은 29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6㎏ 이상급 결승에서 치열한 혈투 끝에 은메달을 수확했다. 박혜정은 인상 133㎏, 용상 167㎏, 합계 300㎏를 기록했고 리원원이 인상 140㎏, 용상 170㎏, 합계 310㎏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나가는 국제대회마다 금메달밖에 없는 리원원에게는 이변 없는 결과였다. 이날 박혜정은 인상과 합계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성과도 냈다.
리원원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었다. 박혜정은 무대 위에서 유쾌한 세리머니도 선보였고 시상대 위에서는 앙증맞은 자세를 취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원원과도 더없이 사이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만난 박혜정은 “한국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와서 뿌듯함도 있고 ‘내가 좀 더 열심히 하면 올림픽 금메달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세계랭킹 2위 우이살 이클레프(23·카타르)의 추격을 뿌리치고 2024 파리올림픽 때 기록인 299㎏을 넘은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말 많고 탈 많은 크루즈 선수촌의 맛없는 밥 때문에 4㎏이나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박혜정은 “일본이라 맛있는 게 있을 줄 알고 한국에서 많이 안 가져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먹는 것 때문에 고생했던 터라 한국에 돌아가면 엽기떡볶이부터 먹고 싶다고 밝혔다.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착한 맛으로 먹을 예정이다.
박혜정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모친상을 당했고 당시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그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어머니를 뵈러 갔다 오기도 했는데 돌아가서도 시간 나면 다시 찾아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원원에게 밀려 패하긴 했지만 워낙 절친한 사이다 보니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두 사람은 우정의 증표로 핀도 바꿨다.
박혜정은 “라이벌이자 친구인데 항상 시합 전에도 서로 파이팅하자고 하고 시합 끝나고도 수고했다는 말을 해준다”면서 “리원원이 자기는 세계선수권 안 나가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시상대 위에서 리원원이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고 박혜정 역시 축하 인사와 함께 “니 헌 커아이”(너 정말 귀엽다)라고 말했다.
비록 2년 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0㎏ 차이로 졌지만 박혜정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은퇴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하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벌써 조준했다. 그는 “한국 돌아가면 전국체전이 있고, 체전 끝나고 바로 선수촌 입촌해서 세계선수권 준비해야 한다”면서 다음 목표를 향한 계획도 전했다.
나고야 류재민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