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은행, 앞으론 9시 30분에야 연다고? “반차 내야 가” “근로여건 개선 선도”

황인주 기자
황인주 기자
수정 2026-09-29 18:15
입력 2026-09-29 18:15

“개점 준비 ‘그림자 노동’ 줄여야”
금융노조, 노사 합의안 논의
직장인·고령층 등 고객 불편 우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연합뉴스


“은행 문을 열기 전부터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은행 가려면 반차를 내라는 말이냐.”

내년 4월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추는 금융권 노사 합의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다. 금융노조는 개점 전 준비 업무인 ‘그림자 노동’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짧아지면 대면 창구가 필요한 고령층과 직장인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29일 서울 중구 노조 사무실에서 은행별 지부 대표자 회의를 열고 오전 영업시간 30분 단축과 총액 임금 3.0% 인상 등을 담은 노사 잠정 합의안을 논의했다.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은행의 대면 영업시간은 현재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4시로 줄어든다.

노조는 은행원이 오전 9시에 고객을 맞으려면 30분~1시간 일찍 출근해 전산과 현금 취급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시간이 근무로 인정되지 않고 보수도 지급되지 않아 육아와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고객에게는 은행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줄어드는 변화다. 한 직장인 고객은 “지금도 출근 전 반반차(2시간)를 써야 겨우 은행 업무를 본다”며 “앞으로는 반차나 연차를 써야 찾아갈 수 있는 귀한 곳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영업 중 창구를 찾아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은행 업무를 보려는 수요는 줄지 않는데 영업시간만 짧아지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창구 인력을 보강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노조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면 탄력점포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인력 운용과 전산 시스템 정비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금융권의 근로 여건 개선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금융권은 2004년 주 5일제 법제화에 앞서 2002년 이를 도입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을 위한 당일 고객 마감 제도(라스트콜)도 담겼다.

다만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제조업 등은 업무를 대체하기 쉽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지부 대표자 회의에서 잠정 합의안 추인은 내부 이견으로 불발됐다. 금융노조는 이날 제시된 은행별 의견을 취합해 사용자 측과 추가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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