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분쟁, 명의만 돌려받으면 끝? 법적 관계부터 따져야

수정 2026-09-29 10:24
입력 2026-09-29 10:24
최연석 변호사


부동산을 실제로 취득하거나 자금을 낸 사람과 등기부상 소유자가 다른 이른바 ‘명의신탁’은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편의상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해 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중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부동산이 처분되면 소유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제 권리자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명의신탁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규정한다. 따라서 명의를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기로 당사자끼리 약속했다고 해서 그 약정의 효력이 그대로 인정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대법원 역시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경우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향후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한 약정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약정을 작성해 두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분쟁이 생겼을 때는 ‘명의신탁’이라는 표현보다 부동산을 어떤 과정으로 취득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누가 매매계약의 당사자였는지,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매매대금은 누가 냈는지 등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도 명의수탁자가 계약 당사자이고 상대방이 명의신탁약정을 몰랐던 경우 등에는 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는 문제의 구조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 등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단순히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관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어떠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역시 명의신탁의 유형과 부동산 취득·처분 과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행정상 제재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의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에는 부동산 가액 등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명의를 다시 실권리자에게 이전했다고 해서 과거의 명의신탁 문제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미 명의신탁관계가 형성됐다면 민사상 권리관계뿐 아니라 행정상·세무상 문제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명의신탁 분쟁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오랜 기간 구두로만 약속이 오간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부동산 취득자금의 출처나 계약 경위, 명의를 빌려준 이유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매매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 등기 관련 자료, 세금 납부 내역, 당사자 사이의 메시지 등 당시 법률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부부나 종중 등 일부 관계에는 부동산실명법상 별도의 특례가 적용될 수 있어 단순히 타인 명의로 등기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한 명의신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가족 사이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명의신탁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명의신탁의 목적과 당사자의 관계, 실제 부동산 취득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명의신탁 문제가 이미 발생했다면 서둘러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기에 앞서 현재 등기의 효력과 반환청구의 법적 근거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명의신탁이라도 계약 구조와 매도인의 인식 여부, 제3자 처분 여부 등에 따라 소유권 귀속과 청구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진 최연석 변호사는 “명의신탁은 단순히 명의를 빌렸다가 다시 돌려받는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고, 어떤 방식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고 등기했는지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분쟁이 발생했다면 계약서나 자금 흐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명의신탁의 유형과 현재 권리관계를 먼저 확인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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