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라하니 절레절레… 한국 취재진과 담 쌓은 北[나고야 야호]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9 00:17
입력 2026-09-29 00:17
북한 역도 국가대표 리종성


“아쉽다는 거는 우리 청년 동포들의 힘찬….”

아, 이게 아닌가. 아쉬운 게 뭐였냐는 질문에 준비한 말을 꺼냈는데 북한 취재진이 고개를 젓는다.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추켜올리기가 힘들었는데.” 추켜올리기? 용상의 북한말이었다. 아, 그리고 북한에서는 역도가 ‘력기’더라.


●소감 묻자 힐끗 쳐다만 본 리종성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75㎏급 역도 경기가 열렸던 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을 찾았다. 역도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동포들의 힘이 궁금했다. 같은 민족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이날 북한은 리종성(29)이 출전했다. 리종성은 항저우 때 81㎏급 금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동메달에 그쳤다. 인상에서 162㎏을 번쩍 들어 세계신기록을 썼는데 용상에서 195㎏밖에 못 추켜올린 탓이다.

말도 통하는 김에 말이나 걸어볼까, 공동취재구역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관계자 왈. “북한 선수들은 남한 기자들과 대화 절대 안 해요.” 이럴 수가.



관계자는 리종성에게 KOREA 기자가 기다린다고 전했다. 리종성은 “어느 KOREA냐”고 물었단다. 남쪽(SOUTH)이라고 하니 고개를 저었다던가. 지나가는 리종성에게 “소감 좀 들을 수 있을까요” 했더니 힐끗 쳐다본다. 팔뚝 두께가 남다른데 혹시 뜻밖의 사고가 생기려나,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다행히도 눈빛은 착해 보였다. “아마 말이 통해서 반응했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추측.

목소리라도 들어보겠다고 공식 기자회견장까지 갔다. 북한 기자들(이들은 재일교포였다)과 해맑게 인사를 나눈다. ‘오늘 손현호 선수 경기 어떻게 봤냐’ 물었으나 답이 없다. 진행자는 “답변 생략”(Passing)을 외쳤다. 2트(트라이) 실패.

●회견 통역해 주려다 제지받아

외신 기자가 체급을 줄인 것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마침 리종성의 통역기가 고장 났다. 기회다 싶어 통역해 주려는 찰나, 북한 기자들이 재빠르게 쳐다본다. “우리가 할 테니.” 아마 앞서 다른 질문을 통역해 줬던 탓이리라. 리종성은 일단 답을 해주다가 ‘불순한’ 남한 기자의 말이 섞여 아차 싶었는지 답변하다 말았었다. 원래 과묵한가 했는데 북한 관계자들에게는 참 서글서글한 청년이더라.

행사 종료 후 외신 기자가 “통역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하는 말. “북한 선수들 참 어렵다. 저기… 당신은 혹시 어느 코리아?” “아임 사우스 코리안. 노 프라블럼.”

이번 대회 북한 선수들은 한국 기자들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철저하게 담을 쌓는다. 전방에선 지뢰가 터지고 후방에선 대화조차 안 된다. 남북 관계가 이렇게나 서늘하다.

글·사진 나고야 류재민 기자
2026-09-29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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