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국민연금, 자산배분 구조 고민을
수정 2026-09-29 01:01
입력 2026-09-29 00:14
주식·채권 이례적으로 동반 하락
안정적인 분산 투자 전제 무너져
국민연금, 전통 자산 편향 바꿔야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국민연금처럼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과거에는 채권과 주식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이 보완해 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자산 배분 투자의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먼저 채권과 주식 가격의 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인공지능(AI) 분야처럼 미래에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투자 프로젝트가 부각될 때, 기업들은 여유 현금을 투자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토지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의 낙관론이 확산되며, 투자자도 채권보다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게 되므로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 가격도 상승 행진을 벌인다.
그러나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벽을 뚫을 때, 반도체 등 정보통신 주식도 힘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말 30년 만기 국채가 4.53%의 금리로 발행되었으나, 올해 9월 25일에는 5.50%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30년 만기 국채를 매수한 투자자는 20% 가까운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채권 시장에서 연 5.5%의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데, 작년에 발행된 저금리 채권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도 시장의 수급 여건에 의해 결정되기에, 채권 수요 감소는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은 이란 분쟁이 장기화되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비축유(SPR) 재고가 고갈되는 가운데 휘발유 및 경유 소비자 가격이 폭등하면서 채권은 물론 주식 가격의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경유 해외 수출을 제한하는 등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급등이 주요 가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위험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6년 8월 미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1%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떨어질 때,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때 가장 유망한 자산이 금이다. 70년대처럼 중동 전쟁으로 장기간 인플레 위험이 부각될 때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강력한 인플레가 발생하고 종이화폐의 실질 가치가 떨어질 때, 주식과 채권에서 금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발생했다.
더 나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노력이 시작된 점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미국과 유럽 당국에 의해 러시아 외환보유고가 동결되는 것을 본 많은 신흥국들이 ‘만일’을 대비해 미국 국채 대신 금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홍콩을 통해 러시아산 금 수입을 늘리고 있으며, 올해 1~8월에만 1000톤이 넘는 금을 매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란 분쟁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어 다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다면 투자자들의 고민은 금방 소멸될 수 있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이란 분쟁이 장기화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민연금도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치우친 자산배분 구조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09-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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