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버린 시선, 혐오 번진 사회, 어루만진 사랑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29 00:24
입력 2026-09-29 00:07

극한 감정 오가는 영화 ‘알파’ 내일 개봉

영화 ‘알파’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사람의 몸이 조각상처럼 서서히 굳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번진다. 두려움이 질병처럼 퍼지고 혐오가 사회를 삼켰다. 이런 세계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30일 개봉하는 영화 ‘알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칸 수상 ‘티탄’ 뒤쿠르노 감독 신작


‘알파’는 두 번째 장편 영화 ‘티탄’ (2021)으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쥘리아 뒤쿠르노(프랑스) 감독의 신작이다. 열세 살 소녀 알파(멜리사 보로스)는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약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더러운 바늘로 팔에 문신을 받았다. 수업 시간 문신에서 흘러나온 피 탓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하고, 감염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소문은 점차 커진다.

알파는 몸이 굳어가는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한다. 문신에서 나온 알파의 피가 배구공에 묻자 교사는 공을 버리고, 아이들은 알파를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여기에 마약 중독자 삼촌 아민(하르 라힘)이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오면서 엄마(골쉬프테 파라하니)의 불안감도 증폭한다.

●몸의 변이 에 대한 공포의 전이 그려



뒤쿠르노 감독은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고기를 강제로 먹은 뒤 식인 본능에 눈뜬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로우’(2016),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채 살아가는 여성의 살인 행각을 그린 ‘티탄’ 등 신체 변이를 겪는 여성을 내세워 인간성을 탐구해왔다. 이번 영화도 석고처럼 굳어가는 신체 변이를 소재로 삼았다. 몸을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에서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공포를 떠올릴 법하다.

영화는 성장의 혼란을 겪는 열세 살 소녀가 혐오의 한복판에 놓인 모습을 통해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를 어떻게 감염시키고, 혐오가 어떻게 사람들을 배척하고 낙인찍는지 보여준다. 이런 사회의 시선을 가족에게 옮겨와 가족의 아이러니를 엮었다. 혹여나 감염됐을지 모를 알파, 마약 중독자이자 감염병에 걸렸던 삼촌, 바쁜 시간을 쪼개 둘을 돌봐야 하는 엄마. 세 명은 서로에게 놓아선 안 되는 끈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옭죄는 족쇄이기도 하다.

●불편한 묘사에도 영상미·연기력은 매료

병에 대한 사회의 시선, 이에 맞서야 하는 가족, 여기에 과거의 아픔까지 끌어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던 영화는 마지막에서야 아민의 정체를 밝히며 꼬인 줄을 풀어낸다. 공포와 낙인, 혐오를 밀어붙인 뒤 사랑과 공감, 가족애로 점을 찍는다. 회피했던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소 혐오스러운 설정과 사실적인 묘사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빼어난 영상미로 매료시키는 감독의 앞선 영화들처럼 이번 영화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김기중 기자
2026-09-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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