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막겠다며… 울산교육청 ‘부모 이혼·별거’ 증명서 요구
조원일 기자
수정 2026-09-29 00:07
입력 2026-09-28 17:59
과도한 입증에 ‘인권 침해’ 논란
중학교 배정 안내문에 서류 명시‘다른 학부모 인정’ 조항도 내걸어
사생활 노출 우려·과잉행정 지적
학부모 “아픈 가정사 증명하란 꼴”
울산교육청이 중학교 배정 과정에서 위장전입을 차단하겠다며 부모 별거·이혼·실종 등 내밀한 가정사 증명을 강제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울산 교육계 등에 따르면 울산 강남교육지원청은 지난주 관내 남구 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에게 ‘2027년 중학교 신입생 배정을 위한 가거주(위장전입) 방지 및 서류 제출 안내문’을 배포했다. 울산 강북교육지원청도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했다.
그 배경에는 남구 옥동·신정동 등 이른바 ‘선호 학군’ 쏠림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위장전입 탓에 선호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가 심화하고, 실제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원거리 학교로 밀려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적 명분이 취약가정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춰내는 등 과잉 행정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안내문에 기재된 ‘따로 사는 가구의 실거주 인정을 위한 증빙 서류’ 목록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별거 중인 경우 ‘혼인관계증명서(상세)’와 ‘기본증명서(상세)’를 내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실종된 경우에는 ‘경찰서 신고확인서’를, 미혼부·미혼모 가정 역시 학생 가족관계증명서나 부모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요구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아이가 부모의 이혼 사실을 밝히기 싫어하는데 위장전입 의심을 벗으려면 사생활을 다 털어놓으라는 꼴”이라며 “아픈 가정사를 가진 아이들과 부모에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내문에 실거주 인정 예외 기준 중 하나로 ‘담임·학교장이 인정하고 다른 학부모가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내건 것도 논란이다. 법적 근거 없는 조항 때문에 개인 가정사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주소 이전 예정자 등에게 필수로 받는 각서에는 배정 결과에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강제해 재판 청구 등 정당한 권리구제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전산망 연계 등 대안이 있는데도 부모 이혼 등 민감정보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최소 수집 원칙’을 벗어난 행정편의주의적 월권”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차적으로 학교에서 확인서만 받고 문제가 생겼을 때만 교육청이 직접 학부모에게 서류를 요청하는 보완책을 뒀다”며 “‘다른 학부모 인정’ 조항은 보편타당하게 인정되는 사유를 뜻하는 전국 공통 지침이며 이의제기 금지 각서는 사전 배정 혜택의 악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해명했다.
울산 조원일 기자
2026-09-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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