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이 건강 전반 살핀다…‘한국형 주치의 제도’ 시동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9-28 15:01
입력 2026-09-28 14:57

50세 이상 주민, 동네의원 등록해 지속 관리
치료 넘어 검진·운동·복약 상담까지
의원 120곳서 첫발…지역별 협력망이 관건

AI 생성이미지. 서울신문 DB


동네의원이 질병 치료는 물론 식사·운동·복약 관리까지 한 사람의 건강을 지속해서 살피는 ‘한국형 주치의’ 모델이 첫발을 뗀다. 아플 때마다 환자가 진료과를 찾아다니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까운 의원에서 평소 건강관리를 받고 필요한 의료·돌봄 서비스까지 연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질병 치료에 집중해 온 일차 의료가 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부터 120개 의원에서 ‘지역사회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50세 이상 주민이 참여 의원에 등록하면 건강 상태에 맞춘 관리 계획을 세우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업 참여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없으며 진료 시 본인부담금도 기존과 같다.


현재 동네의원은 내과·안과·이비인후과 등 전문과목별 진료가 중심이다. 세분된 진료과목 가운데 자신의 질병에 맞는 의원을 고르기도 쉽지 않고,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환자 스스로 관리하기도 어렵다. 반면 시범사업에 등록한 환자는 동네의원에서 평소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필요한 진료를 안내받을 수 있다.

참여 의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영양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꾸려 건강검진 결과를 살피고 식사·운동·복약을 상담한다. 필요하면 전문의원이나 병원 진료를 안내하고 방문 진료·간호와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도 연결한다. 여러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주민에게 동네의원이 건강관리의 중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부는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연간 관리비 성격의 ‘통합수가’를 적용해 교육·상담 등을 보상한다. 참여 의원은 진료·검사·처치에도 기존 행위별 수가 대신 통합수가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복지부는 신청한 의원 674곳 가운데 120곳을 선정했다. 이 중 20곳은 의원 안에 전문가팀을 직접 꾸렸고, 100곳은 거점지원기관과 협력한다.

문제는 이런 의원이나 협력 기관을 찾기 어려운 지역이다. 종합병원이 여러 의원을 지원하거나 보건소가 협력의 중심을 맡을 수 있지만,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도 있고 보건소는 인력이 부족하다. 지역 주민이 참여해 건강 돌봄을 해온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역마다 의료 자원이 다른 만큼 한 가지 방식으로는 주치의 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하기 어려워 의원·병원·보건소·의료사협을 지역 여건에 맞게 연결하는 다양한 모델을 시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의료혁신위원회도 의료취약지에는 민간 의원 지원, 공공·민간 협력, 순회진료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약 3년간 진행될 시범사업에서 지역별로 실행 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 제도화의 관건이다.

고형우 복지부 지역필수의료정책관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한국형 주치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제도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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