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물러간 자리에 남은… ‘바다의 언어들’을 보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9-28 11:38
입력 2026-09-28 11:38

쉘리김, 키위새스테이션 29일~10월 17일 ‘낯선 언어들’ 개인전
백주산보에선 10월 1~31일 ‘마주하는 시간, 사라진 흔적들’展
스테이위드커피선 11월 3일~ 12월 31일 ‘사.계.사.색’展

쉘리김의 바다는 세번의 전시로 만난다. 작가 제공


29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귀포시 키위새스테이션에서 쉘리김 작가의 ‘낯선 언어들(The Obscure Tongues)’​개인전이 열린다. 작가 제공


파도가 밀려왔다가 물러간 자리에는 늘 무언가가 남는다.


작가는 잘게 부서진 각양각색의 조개껍데기, 바다의 시간을 견디다 마모된 작은 파편들, 그 생명의 흔적들을 원고지 위에 단어를 새기듯 풀어놨다. 낯선 모양의 낯선 언어들이 건네는 바다의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라 본다.

“소리가 떠밀려옵니다. 단어들이 부서지고 이야기가 내달립니다. 모래 속으로 스며듭니다. 들을 수도, 받아 적을 수도 없는 오롯이 그들의 언어들, 바다의 언어를 풀어놓았습니다.”

쉘리김 작가는 제주 사계 해안에서 오랫동안 들었던 바다의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투영한 ‘낯선 언어들(The Obscure Tongues)’​개인전을 29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키위새스테이션에서 연다고 28일 밝혔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서귀포 안덕면 사계 바닷가를 오갔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바다를 걷고, 바라보고, 그날의 해변에 남은 것들을 만났다.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의 변화는 바다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사계의 바다를 만나면서 그 변화와 마주했다. 한때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생명들의 흔적이 줄어들고, 익숙했던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을 체감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변화했다.

오랫동안 바다의 흔적들을 작품 속에 투영해온 그에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나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바다를 자신의 내면과 작업을 이끌어온 조력자이자 멘토로 바라본다.

그는 “제주 해변에서 내가 건져 올린 것은 바다라는 치열한 존재와 나눈 깊은 교감이자 대화”라며 “해변은 끊임없이 쓰이고 지워지는 장소다. 파도가 모래 위에 흔적을 남기면 다시 지우고,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고 말했다.

‘낯선 언어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하거나 자연을 재현하는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사라져가는 것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기억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그 언어가 남긴 울림을 관람객에게 건넨다.

그는 “바다는 인간에게 영감을 주고 자원을 내어주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거대한 생태계이기도 하다”면서 “그 안에는 인간이 쉽게 이해하거나 번역할 수 없는 수많은 생명과 시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조개의 형태만이 아니라, 생명이 머물렀던 자리, 파도가 지워버린 시간, 사라져가는 풍경,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목소리”라고 덧붙였다.

쉘리김의 개인전‘낯선 언어들’ . 작가 제공


쉘리김의 개인전 ‘낯선 언어들’. 작가 제공


작가의 바다에 대한 탐구는 키위새스테이션의 ‘낯선 언어들’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 백주산보에서도 작가의 또 다른 전시 ‘마주하는 시간, 사라진 흔적들 Moments of Encounter’이 진행될 예정이다. 두 전시는 같은 바다를 출발점으로 하지만 서로 다른 풍경과 감각을 보여준다.

키위새스테이션에서 선보이는 작업이 자연의 흔적과 그것이 품은 ‘언어’에 보다 집중한다면, 백주산보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포착된 바다의 풍경과 마주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이어 11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스테이위드커피에서 ‘사.계.사.색 Sa.Gye.Sa.Saek: Four Shades of Sa-Gye’이 개최될 예정이다.

세번의 전시는 각각 독립적인 전시이지만, 오랜 시간 제주 사계의 바다를 바라보고 기록하며 축적해온 감각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연속적인 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순수하고 치열하며 거대한 멘토, 바다에게 바치는 나의 연가”​라며 “바다라는 존재에 오랜 시간 사로잡혀 있던 자신이 지금의 자신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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