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환영 백악관 만찬에 ‘레미제라블’ 연주… 미중 회담 뒤에 숨겨진 뼈 있는 ‘메시지’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9-28 11:09
입력 2026-09-28 1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 국빈 만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의 화려한 축하 잔치 뒤편에서 양국의 치밀한 신경전과 메시지전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국빈 만찬장의 음악부터 회담 직후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 그리고 정상 간 역사적 언급에 이르기까지 겉으로는 극진한 환대를 연출하면서도 속으로는 뼈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만찬장의 ‘레미제라블’과 회담 직후의 ‘한 방’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지난 27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선유충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차관급)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열린 좌담회에서 이번 회담이 화려한 의전으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요구한 핵심 사안들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들을 짚었다.

선 부주임위원에 따르면 백악관 만찬 당시 연주곡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음악이 포함된 점이 대표적이다. 민중의 저항과 자유를 상징하는 작품의 음악을 공산당 지도자의 환영 만찬에 올린 것 자체가 수위 높은 은유적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일정을 마치고 떠난 직후 자신의 SNS에 공산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상대를 배웅하자마자 이념적 선을 명확히 그으며 ‘한 방’을 되돌려준 셈이다.



“대만 독립 반대하라” 압박에 무기 판매로 응수
라이칭더(왼쪽) 대만 총통과 재대만미국미국협회(AIT)의 레이몬드 그린 소장이 지난 27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기념 리셉션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타이베이 로이터 연합뉴스


양국 정상 간 실질적 대화에서도 격렬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기존 미국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명시적 표현을 쓰라고 강력히 압박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관계법과 3대 공동성명, 6대 보장에 기반한 기존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함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퍼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은 전 세계에 무기를 파는데, 중국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 제공 명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 역사 프레임 논란과 대만의 반발
중공군을 폭격하는 모습을 보는 미군들. 영국의 사진 전문가 로이스톤 레오나드가 컬러로 복원한 사진이다.


이번 회담 중 양 정상이 언급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 협력’ 역사관을 두고도 공방이 가열됐다. 알렉산더 유이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확고한 동맹은 중화민국(대만)이었다”며 역사적 사실관계를 들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이 대표는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야 수립됐으며, 수립 몇 년 뒤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싸운 주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과거 동맹의 역사를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들여 대만해협 정세의 본질을 왜곡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투이불파’ 국면 속 대만해협 3대 불변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의 로고. TSMC는 25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만 당국은 미중이 인공지능(AI), 희토류, 첨단기술 등 핵심 안보·산업 현안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만큼, 향후 양국 관계가 ‘싸우되 판은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 구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밍치 대만 외교부 차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중의 대만 공동관리’설은 중국의 일방적 희망 사항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 국무부 및 주중 대사 등의 발언을 통해 미국의 대만 안보 공약과 대만해협 현상 유지 정책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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