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떼고 원팀 일냈다… 시스템 K농구 ‘전성시대’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8 00:29
입력 2026-09-28 00:29
남녀 대표·남자 3X3 金 ‘최고 성적’
여자 대표팀, 일본에 75-70 승리간판급 박지수·박지현 없이 우승
프로 경력 없는 박수호 감독 성과
남자팀 마줄스 ‘시스템 로테이션’
“우리만의 농구 띄우기 노력 적중”
남자 3X3 전원 대학생 최초 정상
나고야 뉴시스
이름값을 버렸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 전성시대가 열렸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일본과 접전 끝에 75-7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농구 마지막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은 남녀 대표팀과 남자 3X3에서 금메달 3개, 여자 3X3에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역대 최고 성적으로 전성기를 맞으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농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대회로 남게 됐다. 이름값을 앞세워 스타 지도자들이 스타 선수들에 의존해 결과를 낸 것이 아니라 무명에 가까운 지도자를 선발하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농구로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빠져도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팀 전력의 평균을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해내면서 향후 한국 농구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여자농구 핵심 선수인 박지수(청주 KB), 박지현(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 없이 우승을 이룬 박 감독은 프로 감독 경력이 전혀 없다. 2024년 5월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에는 분당경영고 코치를 역임했다. 그야말로 파격 인사였지만, 박 감독은 아마추어 농구에서 다진 내공을 바탕으로 약체로 평가받던 여자농구를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박 감독은 “처음부터 특정 선수를 위주로 훈련하지도 않았고 게임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선수들이 1명이라도 못 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고 그게 여태까지 잘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실제로 결승전에서 박 감독은 재일교포 4세인 홍유순(인천 신한은행)을 2분 1초, 2006년생인 대표팀 막내 정현(부천 하나은행)을 1분 39초 투입하는 등 어떻게든 모든 선수가 코트에서 부담을 나누도록 운영했다. 대표팀 주장 강이슬(아산 우리은행)은 “박지수와 박지현의 공백을 선수 한두 명이 메울 수는 없어서 모든 선수가 훈련을 많이 했다”면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뛰어주길 바랐는데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올라온 게 굉장히 컸다. 결과를 냈으니 이번 대표팀이 ‘역대 최고’가 아닐까 싶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 역시 그간의 지도자들과는 대비되는 인물이다. 선임 직후부터 그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5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이는‘시스템 농구’를 대표팀에 이식하려 노력했다. 초기에는 역대 최악의 감독이라는 비난이 거셌지만 정교한 시스템 안에 벤치 로테이션을 폭넓게 가동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마줄스 감독은 “졌을 때 여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우리만의 농구를 펼치려 노력했다”면서 “기복이 있었지만 길을 찾고 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된 3X3 농구 남자팀은 이번에 프로 선수 없이 전원 대학생으로만 구성하는 모험을 택했다. 그러나 이들은 쟁쟁한 선수들도 하지 못한 우승을 처음으로 해냈다. 배길태 감독은 “프로 선수들을 선발할 수도 있었지만 이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좋은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처절하게 준비했고 선수들이 과정을 잘 지켜줘서 결과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나고야 류재민 기자
2026-09-28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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