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느 아빠의 죄책감

박성원 기자
수정 2026-09-28 01:11
입력 2026-09-28 00:25
어릴 적 시골마을 앞집에 살던 동네 형님을 20여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가난한 농가의 6남매 중 장남으로 초등학교만 마치고 농사일을 하다가 부잣집 머슴살이를 하기도 했던 분이다. 기업도시가 들어서 이전해 온 회사에 근로자로 취직했고, 회사 지원 학자금으로 아들을 도내 한 국립대에 진학시켰다.
그런데 회사 규정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는 등록금 지원이 안 되는 줄 알고 아들을 지방대에 보냈다고 했다. 그 결과 지방의 중소기업에 다니며 빠듯한 월급을 받고 사는 아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는 것. “내가 까막눈이어서 아이를 지금까지 고생시키고 있다.”
모든 게 자신 탓이라고 했다. 하긴 비수도권에서 취업한 청년보다 수도권으로 이동해 취업한 청년의 연봉이 평균 560만원 더 많다는 국가데이터처 통계도 있다. 대를 이은 지방생활의 박탈감을 근거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방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많이 들어서고 지방 청년들도 고루 취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실히 사는 아빠들이 죄 없이 죄책감을 안고 살지 않도록.
박성원 논설위원
2026-09-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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