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세 ‘오락실 아재들’ 첫 금… “물리치료로 살았죠”

박다운 기자
수정 2026-09-27 20:46
입력 2026-09-27 17:31

아시안게임 e스포츠 5-2 日 제압

순발력 생명 ‘대전격투’ 경륜 발휘
한 달 합숙하며 규칙적으로 훈련
“독박육아 감당한 아내에게 감사”
“40대들이 보고 힘 받으면 좋겠다”
배재민(왼쪽)과 연제길(가운데), 이광노가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26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뒤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다. 평균 나이 41.7세인 세 선수는 이날 한국 e스포츠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도코나메 뉴시스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오락실을 누비던 소년들이 40대 ‘아재’가 되어 아시안게임 격투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광노(44·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 배재민(41·철권 8), 연제길(39·스트리트 파이터 6)로 구성된 한국 e스포츠 대전격투 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5-2로 꺾었다. 격투게임 종주국 일본의 안방에서 거둔 값진 역전승인 동시에 한국 e스포츠가 이번 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었다.


e스포츠는 통상 젊은 선수들의 반응 속도와 순발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무대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통념을 뒤집었다. 한국 대표팀 평균 나이는 41.7세였다. 오랜 실전 경험은 강력한 장점인 반면, ‘저질체력’이 문제였다.

최고령 이광노에게 합숙은 모니터보다 의자와의 싸움이었다. 서너 시간 연습하면 물리치료를 받고 다시 연습을 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는 한 시간 게임 뒤 20분은 꼭 쉬어야 했다. 이광노는 “물리치료를 하루에 한 시간씩 받아서 연습 시간이 가장 적었던 것 같다”면서 “물리치료사들께 감사드린다”고 털어놨다.

26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광노(왼쪽부터), 배재민, 연제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6.
뉴시스




새벽까지 게임을 하던 생활이 익숙했던 배재민에게 합숙은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게임과 운동, 치료를 반복했다. 그는 “군대 이후 이런 생활을 경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특히 물리 치료를 받으며 항상 느끼던 통증이 사라지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막내 연제길에게 금메달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한 달 가까운 합숙 동안 아내와 아이를 보지 못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재택근무와 육아를 함께 감당한 아내 덕분에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는 “무리해서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봐준 아내 덕분에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아내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아시아 e스포츠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져 준우승했던 선수들은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복수하고 싶다”는 꿈도 이뤘다. 배재민은 “우리도 40대지만 해냈다. 40대들이 이 모습을 보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다운 기자
2026-09-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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