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퇴직자 86명 ‘로펌행’… 불공정 ‘공피아 카르텔’

박기석 기자
수정 2026-09-28 00:23
입력 2026-09-28 00:23
로펌들 ‘공정위 전관’ 영입 논란
10년 새 급증… 최근 5년여간 57명김앤장 21명 최다, 보수 최대 3.7배
부위원장 등 고위직 출신도 재취업
‘한솥밥 관계’ 전원회의 공정성 우려
뉴스1
최근 10여년간 김앤장·태평양 등 10대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가 8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5년여 사이에 57명(66.3%)이 집중적으로 이직했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공격수’(심사관)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비수’(대리인단)가 모두 공정위에서 한솥밥을 먹던 관계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심 격인 전원회의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년 8개월간 공정위에서 10대 로펌으로 이직한 인원은 86명으로 집계됐다. 김앤장 21명, 태평양 13명, 율촌 11명, 화우 10명, 광장 8명, 세종 8명, 지평 5명, 대륙아주 5명, 바른 4명, YK 1명씩이었다. 연도별 이직 인원은 2016~2019년 연 2~4명 수준이었다가 최근 급증했다. 지난해는 15명이었고,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11명에 이르렀다.
특히 공정위 ‘에이스’라 불리던 고위직 출신도 대거 로펌행을 택했다. 2019년 퇴직한 곽세붕 전 상임위원, 2020년 퇴직한 채규하 전 사무처장은 2023년 태평양에 재취업했다. 2020년 퇴직한 지철호 전 부위원장과 2022년 퇴직한 김재신 전 부위원장은 재취업 제한(3년)이 종료된 이후 지난해 김앤장에 몸을 담았다.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이직 전보다 최소 1.7배, 최대 3.7배의 보수를 받았다. 김앤장 이직자 21명의 월평균 보수 월액은 이직 전 825만원에서 이직 후 3059만원으로 3.7배 급증했다. 화우 이직자는 평균 673만원에서 2154만원으로 3.2배, 태평양 이직자는 평균 621만원에서 1823만원으로 2.9배 증가했다.
로펌들이 공정위 퇴직자 영입에 열을 올리는 건 그들의 조언이 공정거래 사건의 승소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관들은 직접 기업을 조사했던 경험에 더해 공정위 조사의 허점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특히 과징금 액수가 큰 ‘담합’ 사건에서 역할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정위와 로펌이 공생하는 생태계가 갈수록 공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 역할의 공정위 심사관은 강도 높은 조사와 높은 수위의 제재로 승진의 길을 열고, 판사 역할의 공정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영입 러브콜’을 보내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업 편에 선 공정위 전관은 고액의 과징금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뒤집는 데 기여하며 수임료를 받아 챙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로펌행을 희망하는 공정위 공무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정위 퇴직자에 대한 취업 심사와 이직 후 업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담합 기업의 소송을 대형 로펌이 수임하고, 그 로펌에 공정위 퇴직자가 취업해 높은 보수를 받는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인적 관계가 기업의 제재 대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 박기석 기자
2026-09-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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