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싫다는데 순찰 중 ‘스케치북 고백’…‘근무태만’ 경찰에 대법 “징계 정당”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9-27 17:28
입력 2026-09-27 17:28
순찰 근무 중 상대의 거부에도 반복적으로 고백하고, 민원을 취소해 달라며 민원인에게 수십 차례 연락한 경찰관에 대한 강등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3일 경사 A씨가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3년 11월 ▲부적절한 언행 및 품위 손상 ▲지시명령 위반 및 민원취소 강요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 ▲개인정보 부당취득 ▲근무태만 등 5개 사유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2023년 7월 A씨는 자신의 신고 처리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해 달라며 민원인에게 전화를 20차례 걸고, 문자메시지를 19차례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23년 4월 순찰 근무 중 카페 창밖에서 스케치북으로 고백한 행위도 징계 사유였다. A씨는 업주의 거부 의사에도 반복적으로 접근해 고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신고 처리를 한 뒤 사적인 연락을 목적으로 여성 당사자의 전화번호를 동료에게서 넘겨받은 행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그는 당시 “그 여자가 싱글이면 내가 연락해도 죄가 안 되겠지”라고 말해 이 역시도 징계 사유가 됐다.
A씨는 일부 징계 사유는 사실과 다르고 징계 수위도 지나치다며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강등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강등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제1징계 사유(부적절한 언행 및 품위 손상)와 제3징계 사유(후배 경찰관 갑질)는 인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세 징계 사유는 강등에 이를 정도의 비위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원인에게 보낸 문자가 고압적이거나 협박하는 내용은 아니었고, 카페 사장에게 고백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근무 태만의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고 강등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라며 “이로 인해 경찰 조직의 기강 및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민원인이 경찰 조사에서 ‘자꾸 연락이 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원고의 계속된 연락 행위로 인해 상당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카페 사장에게 반복적으로 고백한 행위 역시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했다”면서 근무 태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사안이 경미하다거나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민원인의 거부 의사와 상사의 접촉 금지 지시를 무시한 반복 연락만으로도 징계 기준상 강등이 가능하고,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징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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