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2개 땄는데 하나도 안 기뻐”… 한국 첫 2관왕의 ‘설움’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6 12:41
입력 2026-09-26 12:34

금메달 기자회견서 열악한 환경 지적
“선수들끼리 따로 훈련…장비도 한계”
대한체육회 지원에 대회 무사히 준비
“더 적극적인 지원을” 연맹 향해 호소

카누 국가대표 조광희(왼쪽)과 김효빈 26일 일본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깨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9.26 나고야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 첫 ‘다관왕’에 오른 카약 조광희와 김효빈(이상 울산광역시청)이 열악한 환경을 짚으며 설움을 토로했다. 선수들은 카누에 대한 보다 나은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조광희는 26일 일본 나고야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면서 “마음속에 있던 서러움이 밀려오더라. 악으로 깡으로 했던 게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대한체육회가 준비한 이날 기자회견은 구슬땀을 흘린 끝에 목표를 이룬 금메달리스트의 소감을 듣는 자리였다. 그러나 3X3 농구, 사격 등 함께 자리한 다른 종목 선수들과 다르게 카누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조광희와 김효빈은 24일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4인승 500m에서 장상원(인천연수구청), 최민규(국민체육진흥공단)와 금메달을 합작했다. 둘은 25일 카누 스프린트 카약 2인승 500m에서도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특히 K2 500m 우승은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이었다.

조광희는 “K4(카약 4인승) 멤버가 3~5년 동안 호흡을 맞춰야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그러나 우리 카누 대표팀은 국가대표 소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선수들끼리 따로 모여서 훈련해야 했다. 그렇게 한 기억이 나서 서러움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조광희(왼쪽)와 김효빈이 25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시 레이크 카누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남자 K2 500m에서 우승한 뒤 메달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9.25 미요시 연합뉴스


김효빈은 “금메달 2개를 따서 꿈만 같은 기분”이라면서도 조광희처럼 힘들게 운동해 온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모습이었다. 김효빈은 “우리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면서 “실외 스포츠라 겨울에는 실내 훈련 장비가 필요하다. 대한체육회의 지원으로 실내 훈련 장비가 진천선수촌 내 마련됐으나 훈련 일수가 끝나면 마땅하게 훈련할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 구매도 한계가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조광희는 “인프라를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올 것이다. 그런 도움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의견을 냈을 때 (대한카누연맹 등에서) 그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한체육회의 장비 지원이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조광희는 “유승민 체육회장께서 진천선수촌에 에르고미터를 사주셔서 실내 훈련을 잘할 수 있었다. 기존께 워낙 낙후돼 있었는데 새 장비로 경기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카약 실내 훈련 장비인 에르고미터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운영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카누 대표팀 역시 황당한 일을 겪었다. K4 결선을 마친 뒤 진행한 K2 예선 레이스가 종료된 뒤 조직위원회는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전달했다. 이에 선수들이 항의하자 재경기 없이 예선을 종료하는 일이 일어났다.

김효빈은 “재경기해야 하는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몽골 선수가 패들을 먼저 긁었다고 뒤늦게 알렸는데 그렇다면 경기를 초반에 멈춰야 했다. 경기를 마치고 다들 숨이 벅찬 상태인데 다시 경기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의 끝에 재경기를 치르지 않았으나 만약 그렇게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나고야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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