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추석과 중추절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수정 2026-09-24 00:08
입력 2026-09-23 19:54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한과를 주문했더니 상자에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크게 적혀 있다. 중추절을 추석의 다른 말쯤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눈길이 갔다.

엔닌(794~864년)은 ‘입당구법순례행기’로 유명한 일본 승려다. 그는 당나라에서 귀국선에 올랐지만 풍랑에 떠밀려 적산촌에 이르게 된다. 적산촌엔 장보고가 세운 법화원이 있었다. 엔닌은 이듬해까지 법화원에 머물렀다.


순례행기의 8월 15일 기록이 흥미롭다. 그는 ‘절에서 박탁(餺飩)과 병식(餠食)을 마련해 팔월 보름 명절을 지냈다. 이 명절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신라국에만 있다’고 적었다. 박탁은 밀가루로 만든 떡, 병식은 쌀가루나 보릿가루로 찌거나 구운 과자류라고 한다.

중국에서 8월을 가리키는 중추(仲秋)라는 표현은 일찍부터 쓰였다. 그럼에도 8월 15일을 중추절이라는 이름의 명절로 즐기기 시작한 시기는 명확지 않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 보니 추석은 수없이 나오지만 중추절은 딱 한 차례뿐이다. 추석과 중추절은 구별해서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9-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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