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의 눈물… “추석은 귀성 없는, 아픈 명절”

유승혁 기자
수정 2026-09-23 23:14
입력 2026-09-23 21:51

가족 향한 그리움 짙어지는 연휴

이산가족 김숙경씨


“요즘은 이산가족 안부를 묻는 사람도 없어요. 그래서 명절만 되면 아버지 생각이 더 나요. 꿈에도 나옵니다.”

●80년째 가족 그리워하는 김숙경씨


23일 ‘이산가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산가족 김숙경(83·여)씨는 오래된 흑백사진을 들여다보며 헤어진 지 80년이 다 된 아버지와 언니 이야기를 꺼냈다.

평안북도 의주군 위원면에서 태어난 김씨는 해방 직후 네 살 무렵 어머니와 언니들과 서울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고향집을 팔고 돈을 받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일찍 시집간 셋째 언니와도 헤어졌다. 김씨에게 추석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자,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헤어진 가족을 떠올리는 날이다. “명절에 셋째 언니를 만날 수 있다면 다른 가족들처럼 맛있는 걸 만들어서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도 이북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은 또렷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모래를 깔아 놓은 나무판 위에 한자를 써 주던 모습, 옥수수를 잘 먹지 못하자 셋째 언니가 씹어 건네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박승범씨 “흥남 바닷가 잊히지 않아”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이산가족의 날 문화행사에서 만난 함경남도 흥남시 출신 박승범(83)씨에게도 명절은 고향을 떠올리는 날이다. 7살이던 1950년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아버지는 전쟁 중 세상을 떠났고 삼촌과 고모는 피난길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씨는 “추석은 귀성 없는, 아픈 명절”이라며 “어머니는 매년 북쪽을 바라보며 아버지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흥남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끓여 먹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시간 부족한데 8년 넘게 중단된 상봉

여전히 많은 이산가족이 재회를 기다리지만, 고령으로 인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만날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이산가족 신청자 13만 4843명 가운데 생존자는 3만 2948명(24.4%)이다. 정부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8년 넘게 중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산가족의 날 서면 기념사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더는 미룰 수도, 지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승혁·정회하 기자
2026-09-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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