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체납액만 92억… 구멍 뚫린 ‘세후 보장’ 연봉

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6-09-23 16:26
입력 2026-09-23 16:16

라건아 승소로 본 소득세 논란

에두·레오나르도 등 134명 체납
세후 보장 계약에 원천징수 허술
한국 떠나면 종소세 징수 어려워
출국 전 납세 증명서 의무화 필요
대구 한국가스공사 라건아가 지난 4월 2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프로농구 정규시즌 고양 소노와의 홈 경기에서 자유투를 던지고 있다. KBL 제공


귀화 선수로 한국 농구 국가대표를 지냈던 라건아(37·대구 한국가스공사)가 부산 KCC와의 종합소득세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세후 기준 연봉 계약’ 관행이 선수들의 탈세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100여명의 선수가 10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지 않은 상태다. 이에 구단의 연대 납세의무 강화, 출국 전 완납증명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부장 안동철)은 지난 18일 라건아가 KC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그가 2024년 1~5월분 종합소득세 납부분 중 3억 9065만원을 KCC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는 2024년 5월 라건아의 신분을 귀화 선수에서 외국인으로 변경하면서 KCC와 계약했던 2024년 1~5월분 종합소득세 3억 9429만원을 차기 계약 구단이 부담하도록 의결했다. 이후 라건아는 1년 만에 국내에 복귀했지만 그를 영입한 가스공사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라건아가 지난해 8월 직접 납부한 뒤 전 소속팀 KC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KCC는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할 사법적 의무가 있고, KBL은 계약 내용을 변경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계약상 의무에 대해 KBL이 주체를 변경할 권한을 가졌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의 소득세 미납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프리랜서 등 낮은 원천징수 비율로 세후 보장 계약을 한 외국인 선수가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기 전에 한국을 떠나면 과세당국이 이를 받아낼 방법이 마땅찮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2018년 외국인 선수 157명 중 134명이 세금을 체납해 이들에게 부과한 소득세 161억원 중 92억원이 체납된 상태다. 2015년과 2016~2017년 전북현대모터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브라질 출신 에두는 11억 6100만원을, 같은 구단에서 2012~2016년 뛴 레오나르도는 11억 5700만원을 체납했다. 프로야구에선 삼성에서 뛴 팀 아델만과 러프 다빈은 각각 5억 9700만원, 4억 93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원천징수도 허술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024년 2월 경질되면서 연봉 약 29억원에 대해 원천징수로 소득세 3.3%만 납부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일률적으로 22%의 원천징수 세율을 적용하는 ‘클린스만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종합소득세 최고세율(49.5%)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구단 연대납세의무 강화 ▲출국 전 납세증명서 의무화 ▲조세조약 체결국 확대 및 자동정보교환 활용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연맹이 직접 구단에 외국인 소득세 신고·납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후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진솔 기자
2026-09-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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