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에서 골칫거리로…참치 쿼터제의 딜레마

김중래 기자
수정 2026-09-26 13:00
입력 2026-09-26 13:00
기후변화로 동해안 몰려드는 참치 급증
꽉 막힌 쿼터제에 못잡아…어민 ‘울상’
국제기구, 태평양 참치 총어획량 확대 합의
연말 각국 쿼터 확정…한국 성적표 ‘시선 집중’
기후변화로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참치 쿼터제’에 발목 잡혀 참치는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아닌 어구를 망가뜨리는 말썽쟁이가 되고 있다.
26일 국가데이터처 분석 결과 국내 참다랑어 어획량은 2018년 2t, 2019년 5t에 불과했으나 2023년 173t, 2024년 168t으로 급증했다. 경북 포항과 영덕, 울진, 부산, 강원 등 동해안 어장에는 여름철마다 대형 참다랑어들이 정치망 그물에 무더기로 걸려든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영덕 강구항 앞바다에서 하루 만에 1300여마리, 약 180t이 잡히기도 했다. 전년도 경북 지역 연간 총 어획량을 하루 만에 넘어선 기록적인 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잡힌 참치 상당수는 팔 수 없다. 국가별·지역별로 정해진 어획 한도(쿼터)가 조기에 소진되면 잡혀도 다시 방생해야 한다. 어민들은 오히려 어구를 망가뜨리는 참치가 잡히지 않기를 빌 정도다.
참치 쿼터제는 남획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국경을 넘나들며 회유하는 고도회유성 어종인 참치는 국제기구가 국가별로 ‘허용 어획량’을 정해 관리한다. 태평양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2년에 한 번씩 회원국 간 협상을 통해 각국의 할당량을 결정하고 정부는 이를 지역·업종별로 나눠 배정한다. 기후변화로 우리 바다에 오는 참치가 급증했지만, 국제기구 협의를 거쳐 할당량을 늘린 후에야 잡을 수 있다.
할당량을 늘리려면 결국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몫을 더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잡을 수 있는 참다랑어 총허용어획량(TAC)을 확보해야 하는데, 전체 어획량을 높이거나 다른 나라의 비중을 낮추고 한국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56년간 동해 수온이 지구 평균의 두 배가 넘는 1.9도 올랐고, 2021년부터 제주와 남해, 동해에서 참다랑어 알과 유어 급증을 관측하는 등 어장 변화에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왔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자료를 근거로 국제기구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WCPFC와 전미열대다랑어위원회(IATTC) 태평양 참다랑어 공동작업반은 지난달 18일 회의를 통해 2027~2028년 적용할 총허용어획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태평양 전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참치는 현행 2만 3287t에서 18% 늘어난 2만 7399t으로 결정됐다. 조업 국가별 쿼터 배분은 오는 12월 바누아투 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인 WCPFC 총회에서 확정된다. 해수부는 총회 이후 원양 및 연근해, 지역별 쿼터를 정할 예정이다.
경남 통영 지역 한 어민은 “참치 떼가 등장하면 주로 잡는 고등어는 모조리 도망간다”며 “잡아봐야 팔지도 못하는 참치는 그물만 찢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바다에 참치가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는 만큼 어획 한도를 늘려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종 김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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