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친이 저만 용돈 받으라네요”…부부 경제권 어떻게? [사연잇슈]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9-25 05:57
입력 2026-09-25 05:57
부부 가계 경제권 논의. 아이클릭아트


결혼을 앞둔 남성이 부부간 경제권 운용을 놓고 여자친구와 이견이 있다며 조언을 구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경제권 문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에 다닌다는 글쓴이(남)는 “여자친구가 금융 공기업에 다녀서 공대 나온 나보다는 경제에 대해 개념적으로는 더 잘 안다”면서도 “경제권 얘기가 나왔는데 서로 의견이 다르다”라고 전했다.

글쓴이는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서 공동 관리하고 개인적 지출은 부부 둘 다 용돈으로 생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여자친구는 “무조건 한명이 관리하고 다른 사람은 용돈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봐도 다들 그렇다. 남자든 여자든 더 잘하는 사람이 맡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가 “사실상 경제학과 나온 네가 맡아서 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하자 여자친구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긴 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그러면 모은 돈, 벌 돈, 수입 대비 수익률 내가 다 많은데 경제권을 왜 일방적으로 넘겨줘야 하나”라고 물었고, 여자친구는 “내가 더 잘 알지 않느냐. 날 못 믿느냐”고 답했다.

글쓴이는 여자친구가 더 잘 아는 건 인정하는데 그러니까 서로의 의견을 들어 공동관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친구는 “무조건 더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본다. 왜 용돈 받아 생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느냐. 당연히 통제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듭 주장했다.

글쓴이는 자신이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드는 취미 하나 없으며 술을 안 좋아해 술자리도 여자친구보다 훨씬 적다면서 “(개인 지출에) 통제를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 다 제한을 두자는 것”이라고 맞섰다. 여자친구 제안대로라면 사실상 글쓴이만 제한을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나중에 천천히 조율해 보자”라고 했고, 글쓴이는 “내가 주장하는 건 공동관리이고, 네가 주장하는 건 너 혼자 관리하겠다는 건데 여기서 뭘 어떻게 조율하자는 거냐. 난 여기서 더 양보해 줄 생각 없다”고 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댓글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경제권을 그런 식으로 넘겨줄 바엔 결혼 안 하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이용자들은 대체로 부부가 각자 쓰는 지출을 용돈으로 통제하는 방식엔 공감했지만, 글쓴이 혼자 용돈을 받는 방식엔 의문을 표했다.

한 이용자는 “여자친구는 그렇게 잘 아는데 왜 공대 나온 남자보다 모은 돈이 적냐”고 꼬집었고, 글쓴이는 “절대적인 자산이야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수입 대비 모은 돈도 내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상호 용돈이 아닌 ‘나만 용돈’은 절대 안 되니 이 부분은 나를 설득할 생각 말고, 내가 더 많이 모았고, 수익률도 뒤지지 않으니 합칠 거면 경제권도 내가 가지겠다고 통보했다. 만약 여자친구가 원하면 각자 관리하고 생활비도 각자 내되 그 비율 정도는 내가 더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이용자는 “나는 지금은 내가 관리하는데, 내가 관리해도 둘 다 용돈 생활했다. 관리하는 사람만 돈을 자유롭게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체 수입을 효율적으로 모으고 쓰기 위해 한 사람이 관리하는 거지, 관리하는 사람은 편하게 쓰고 상대만 통제하는 건 잘못된 거다. 아내든 남편이든 한 사람이 관리하면 관리하는 사람이 그 돈을 안정적으로 맡아 살림을 꾸려 간다는 거지, 그 돈으로 자기가 쥐락펴락하고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여자친구의 제안에 의구심을 표했다.

다른 이용자도 “재테크나 공동관리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이 돈 관리할 경우 용돈 금액부터 100% 다툼이 생긴다. 돈 가치관 차이도 크다. 어떤 사람에겐 ‘하루 커피 한잔’이 다른 사람에게 낭비로 보이는 순간 갈등이 쌓이는 거다. 결혼하면 사소한 차이가 될 갈등들이 수십 수백 수천개인데 한쪽이 관리하면 그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의 눈치를 당연히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공동관리란 건 어떤 식으로 하는 거냐. 우리 와이프는 경제권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간다. 계좌 개수 보더니 놀란다. 글쓴이 여자친구 말대로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긴 하다”면서도 “단, 조항이 하나 붙는다. 둘 다 100만원 이상의 거래, 이체는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 둘 다 용돈 받는다”고 했다.

‘경제권 누가’ 기존 조사 결과 보니
부부 가계 경제권 논의. 아이클릭아트


인구보건복지협회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팀과 함께 기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실시한 ‘부부간의 대화 및 경제권 실태’ 조사에서 현재 경제권을 ‘아내 소유’(39.6%)로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상적인 경제권 소유는 ‘공동관리’라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다.

재테크 결정에 있어서는 ‘금액과 상관없이 두 사람이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가 5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득이 더 높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응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 및 30대에서 8.6%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여성가족패널조사’(2022년 조사)에서는 ‘부부 경제·역할’ 관련 ‘부부라도 수입은 각자 관리해야 한다’는 문항에 49.7%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2016년)에 비해 14.1%포인트 오른 수치였다.

‘같이 사는 주택은 부부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는 응답에도 73.2%가 ‘그렇다’고 답해 직전 조사 대비 5.1%포인트 늘었다.

조사는 2022년 여성 90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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