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힘들다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한 사족보행로봇 비밀은…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24 00:00
입력 2026-09-24 00:00
사람도 완주하기 쉽지 않은 마라톤 풀코스를 배터리 교체 없이 달린 세계 최초 사족보행로봇의 비밀이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실렸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은 2024년 11월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배터리 충전이나 교체 없이 42.195㎞를 완주한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의 장거리 주행 기술과 실제 마라톤 완주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9월 24일 자에 실렸다. 네이처와 같은 세계적 과학 저널은 로봇공학 관련 자매지를 따로 갖고 있어 로보틱스 논문이 본지에 실리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수행된 로봇 연구가 네이처 본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11월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카이스트 연구진과 함께 코스를 달리고 있는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


카이스트 제공


이에 연구팀은 장거리 주행을 배터리나 모터 등 개별 부품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기계 구조, 전기 시스템, 보행 제어가 긴밀하게 연결된 로봇 전체의 시스템 문제로 접근했다. 사족보행로봇은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구동 장치를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어느 한 부품의 효율만 높여서는 빠르고 안정적인 보행 성능과 긴 주행 거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로봇 전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높은 보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기구와 전장, 구동 및 제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족보행로봇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라이보2를 실제 참가자로 등록해 공식 구간 기록도 남겼으며, 연구진은 로봇과 함께 달리며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4시간이 넘는 주행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특히 마라톤이 진행되는 동안 로봇 내부의 전압과 전류, 온도,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를 GPS로 측정한 위치·속도·고도 정보와 동기화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보행로봇이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 높은 운동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로봇 전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실제 마라톤 데이터로 입증한 결과”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연구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보 교수 연구실에서 출발한 카이스트 교원창업기업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이보2 개발 과정에서도 라이온로보틱스의 제조 기술은 연구실에서 확보한 높은 에너지 효율과 보행 성능을 실제 마라톤에서 4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황보제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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