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1건당 200만원+α”…댄스 강사가 ‘일회용 요원’ 모집한 까닭은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09-24 08:00
입력 2026-09-24 08:00

우크라전 이후 러 정보요원 유럽서 추방당하자
러, 온라인 통해 저비용 민간인 공작원 모집 나서
유럽 기반 시설 등 노린 사보타주 위협 확산에도
나토, 전면전 확대 우려해 즉각 대응에는 주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유럽 대륙 곳곳에서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파괴공작) 등 ‘하이브리드 공격’이 속출하는 가운데,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쿠바 출신 댄스 강사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보타주 요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도이치벨레(DW)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 페트로자보츠크에서 거주해 온 쿠바 출신의 오에미스 로마고사 두루티가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하며 유럽연합(EU) 최소 4개국에서 연쇄 방화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에서 ‘아드리안’, ‘디오스’라는 가명을 사용한 로마고사는 2024년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 구인 광고를 올려 인력을 모집하고 폴란드와 체코, 루마니아 등지에서 방화 공격을 지시했다. 로마고사는 이들에게 수당으로 건당 약 1500달러(약 208만원)와 보너스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 타스 연합뉴스


DW에 따르면 로마고사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했으며, 최대 12명의 요원을 포섭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거나 경범죄자 또는 손쉽게 돈을 벌려던 현지 청년들이었다. 주로 온라인으로 고용되는 이러한 ‘일회용 요원’들은 고용주의 실제 신원이나 자신들이 맡은 임무의 진짜 목적을 알지 못한 채 공작에 동원됐다.



로마고사에게 포섭된 요원 중 한 명인 콜롬비아 출신의 30대 남성 루이스 알폰소 무리요 역시 온라인에서 ‘특수 임무’를 제안받았으나, 이는 루마니아 재활용 시설에 대한 방화 공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요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해당 시설 인근에서 방화를 시도하기 직전 현지 경찰에 체포돼 지난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로마고사가 포섭한 일회용 요원 중 최소 9명이 검거됐으며, 이 중 2명은 사보타주 및 테러 시도 혐의로 6~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나머지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 안보 당국은 로마고사가 여전히 러시아 내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를린 AP 뉴시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에서 자국 정보요원들이 잇달아 추방당하자, 일반 민간인을 일회용 공작원으로 포섭하는 방식을 확대해왔다. 이들은 정식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이라 적발 위험이 매우 크지만 잡히더라도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차단되어 있어 러시아 측의 부담이 적다.

분쟁 전문가 키어 자일스는 DW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공작이 발각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 흔적을 감추는 데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며 오히려 “러시아는 전지전능하고 어디서든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분석했다.

유럽 내 주요 기반 시설과 국경 인근 열차 등을 겨냥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 정황은 최근에도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유럽 안보 당국은 이를 유럽의 방어 태세를 시험하기 위한 러시아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조약 제5조(집단방위 조항)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유럽 내 공포심과 정치적 분열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나토 회원국들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강경 조치나 공식 대응은 주저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해 EU가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할 안보 전략 및 대러 제재안을 마련 중이나, 유럽 국가 간 단합된 대응 의지는 여전히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조희선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