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은 내 삶에 바치는 러브레터”

오경진 기자
수정 2026-09-23 00:06
입력 2026-09-22 23:53
작곡가로 변신한 앤서니 홉킨스
할리우드 대표 노배우의 새 도전음악 함께한 60년 회고록 가까워
두다멜 “창작 목소리 지닌 예술가”
영화에 바친 평생은 어쩌면 한 편의 꿈이었을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노(老)배우가 말년에 이르러 완성한 관현악 선율은 아름다운 시절을 향한 찬미처럼 들린다.
식인종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양들의 침묵’), 치매에 걸린 노인(‘더 파더’) 그리고 토르와 로키의 아버지인 최고신 오딘(‘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까지. 캐릭터와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 배우 앤서니 홉킨스(89)를 서면으로 만났다. 배우로서 만난 게 아니다. 지난달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 클래식스에서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한 ‘클래식 작곡가’로서 대화를 나눴다.
“모든 게 저를 놀라게 합니다. ‘내가 어떻게 아직도 여기에 있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생각합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배우에게 모든 게 ‘경이로움’으로 다가간다.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곡을 연주했다. 영화배우로는 세계 최정상에 서 있지만, 작곡가로는 아직 아마추어인 그에게 이런 상황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홉킨스는 “제 작품이 이들의 연주로 구현되는 일은 ‘상상을 넘어서는 꿈’”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앨범의 제목은 ‘인생은 한 편의 꿈’(Life Is A Dream)으로, 이것은 삶에 바치는 ‘러브레터’입니다. 저는 그것을 하나의 긴 작별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와 작별하고 있습니다.”
홉킨스는 영국 웨일스 포트 탤벗에서 태어났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것은 네 살부터다. 여섯 살 무렵 즉흥 연주를 할 정도로 음악에 소질을 보였고, 10대 시절인 1950년대에는 지역 연극을 위한 음악도 작곡했다고 한다. 앨범에 실린 12곡은 어느 한 시기에 쓰인 것이 아니다. 음악을 곁에 뒀던 6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회고록에 가깝다. 그는 “어린 시절과 부모님 그리고 웨일스에 대한 기억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고, 제 작품에 영감을 줬다”고 했다.
지휘봉을 잡은 두다멜은 홉킨스에 대해 “하나의 매체를 넘어서는 창작의 목소리를 지닌, 보기 드문 예술가”라며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준 그의 비범한 상상력의 깊이와 인간성, 감정적 진실성은 음악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홉킨스도 두다멜에 대해 “우아하고 정밀한 지휘봉으로 각각의 음에 깊고 지워지지 않는 의미를 부여했다”며 화답했다. 홉킨스는 이 작품의 수익 일부를 베네수엘라 국민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두다멜은 현재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지진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홉킨스도 여기에 마음을 더하려는 것이다.
오경진 기자
2026-09-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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