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진출한 日 국민게임… ‘뿌요뿌요’ 한일전 뜨겁다[글로벌 인사이트]

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9-23 00:44
입력 2026-09-22 17:58
퍼즐게임이 e스포츠가 된 비결은
日서 35년간 세대 넘어 사랑받아‘연쇄’ ‘방해 뿌요’… 치열한 수싸움
선수들 특징·버릇까지 분석해 대응
아시아 10개국·지역 대표 ‘개인전’
日 국가대표, 11세 초등생 유우키
한국 대표 강동신과 메달 놓고 경쟁
세가 제공
화면 위에서 알록달록한 젤리 모양 캐릭터 ‘뿌요’가 하나둘 떨어진다. 같은 색깔 뿌요 4개가 맞닿자 ‘펑’ 하고 사라진다. ‘연쇄’(콤보)가 이어지자 상대 화면에 공격용 ‘방해 뿌요’가 쏟아진다. 1991년 등장해 일본에서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국민 퍼즐게임 ‘뿌요뿌요’가 35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다투는 e스포츠로 변신했다.
19일 개막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13개 타이틀로 메달 경쟁을 벌인다. 축구·격투·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 가운데 뿌요뿌요는 유일한 퍼즐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대표는 불과 11살인 초등학교 5학년 유우키(본명 구리하라 유키) 선수. 한국에서는 강동신 선수가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단순해 보이는 이 퍼즐게임은 어떻게 e스포츠가 됐을까.
지난 15일 도쿄 오사키역 인근 세가 본사에서 만난 마사히로 야스노부 세가 글로벌 e스포츠 추진부 담당자는 “35년 동안 기본적인 규칙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룰도 조작도 간단하지만 깊이는 바둑이나 장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뿌요뿌요의 매력을 묻자 그는 “직접 보면 안다”는 말을 거듭했다.
세가 제공
실제 승부를 가르는 건 단순히 뿌요를 없애는 속도가 아니다. 같은 색 뿌요 4개 이상을 붙여 없애는 게 기본이지만 여러 묶음을 연속해서 터뜨리는 ‘연쇄’를 만들면 상대 진영에 ‘방해 뿌요’를 보내 공격할 수 있다. 상대는 이를 막거나 더 큰 연쇄로 맞받아친다. 고수들은 자기 게임판을 쌓는 동시에 상대의 판을 살피며 몇 수 뒤를 읽는다. 상대의 버릇까지 분석 대상이다. 마사히로 담당자는 “선수마다 플레이의 특징과 버릇이 있다”며 “프로 선수들은 이를 파악해 상대에 따라 어떻게 싸울지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전략이 깊어질수록 훈련도 필요해진다. 처음에는 유튜브 등에서 고수의 수를 보고 따라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코칭을 받고 실전 대전을 거듭한다. 그는 “5연쇄 정도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는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큰 무대에서는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멘털’ 역시 승부를 가르는 요소다.
이런 치열한 수 싸움은 뿌요뿌요를 ‘하는 게임’에서 ‘보는 스포츠’로 만들었다. 마사히로 담당자는 “뿌요뿌요는 직접 해도, 봐도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높은 수준의 경기는 굉장히 스릴 있다. 보다 보면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이런 점들이 스포츠와 연결된다”고 했다.
뿌요뿌요는 현실 스포츠에 원형을 두지 않은 ‘순수 게임’에서 출발한 e스포츠다. 축구나 자동차 경주처럼 현실의 스포츠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긴 종목과 달리 게임 자체가 오랜 경쟁을 거치며 하나의 스포츠로 성장했다. 그 바탕에는 30년 넘게 이어진 경쟁 문화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겨루는 대회와 커뮤니티가 이어졌고, 세가는 2018년 프로 라이선스와 공식 대회를 도입하며 e스포츠화를 본격화했다. 현재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경쟁 플레이어는 약 1만명. 9월 현재 프로 선수 42명 가운데 2명이 초등학생이고 그중 한 명이 유우키 선수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10개국·지역 대표가 출전해 개인전을 치른다. 24일 그룹 예선을 거쳐 26일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리는 결선 토너먼트에서 메달 주인공이 가려진다. 한국은 일본이 경계하는 상대다. 마사히로 담당자는 “한국 선수들은 강하다”고 했다. 일본 선수들도 온라인 대회를 통해 한국 등 해외 강자들의 플레이를 꾸준히 살핀다. 그는 “스포츠 역사를 보면 한일전은 라이벌끼리의 대결로 굉장히 뜨거워지는 면이 있다”며 뿌요뿌요에서도 한일전이 대회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가가 아시안게임에서 기대하는 건 뿌요뿌요의 저변 확대다. 마사히로 담당자는 “아시아는 물리적으로는 거리가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가깝다”며 “아시안게임에서 각국 대표의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본 사람들이 그 경험을 ‘오미야게’(お土産·선물)처럼 각자의 나라로 가져갔으면 한다”고 했다. 각국 대표의 플레이를 접한 사람들이 뿌요뿌요의 매력을 발견해 직접 게임에 뛰어들고, 플레이어층이 넓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쿄 명희진 특파원
2026-09-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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