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대미투자… 가스발전·원전·LNG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9-23 00:39
입력 2026-09-22 23:47

텍사스 발전소 수익 5대5 ‘안전판’
“20년 동안 30조 투자해 60조 회수”

김정관(왼쪽)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미투자 프로젝트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정부가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대미 투자 프로젝트 1호로 확정했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은 2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은 3호 사업으로 검토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총 2000억 달러(약 271조원)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협상 상황을 국회에 보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종 승인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정부와의 합의 사항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조만간 1호 프로젝트 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다.


텍사스 엔시날 프로젝트는 223억 달러(약 30조원)를 들여 6.3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1.4GW 규모의 대형 원전 4.5기에 맞먹는 규모다. 텍사스 지역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사업 추진 기준인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해 20년간 432억 9000만~454억 300만 달러(약 58조 7000억~61조 6000억원)를 벌어 원리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년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2029년부터 1단계 가동을 목표로 한다. 발전소 지분은 5대 5로 나누자고 미국 측이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1호 프로젝트 협상에서 투자 ‘안전판’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다. 국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국의 투자 원리금이 전액 회수될 때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 배분 기준은 개별 사업이 아닌 전체 프로젝트의 합산 원리금을 기준으로 한다. 전체 원리금이 완전히 회수되고 나면 한국이 1, 미국이 9를 가져가는 구조로 전환된다.





아울러 정부는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청산하면 한국이 먼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한도 총 2000억 달러와 연간 200억 달러도 지켜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MOU에서는 사업 개시 후 20년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고 이후에는 1대 9로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이번 협상에서 투자 원리금 전액이 회수될 때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기로 해 투자 안전장치가 보강됐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1호 확정으로 정부는 이달 말 미국에 22억 달러를 송금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은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 자산을 우선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 발행과 금융사 차입으로도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 이후에는 미국이 사업별로 필요한 자금을 요청하는 ‘캐피털콜’ 방식으로 송금이 이뤄진다. 연 최대 200억 달러 한도가 지켜짐에 따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호 프로젝트는 12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이다. 8기 가운데 2기는 한국형 모델 APR1400(1.4GW)으로 짓고, 6기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AP1000(1.0GW) 모델로 지어질 전망이다. 원전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한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 건설 역량이 필요한 미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한국은 의결권 확보를 위해 당초 15~20% 지분을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현재 5~10% 범위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이날 “지분 5~10%를 확보해도 의결권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국회에 보고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7% 안팎을 기업공개(IPO) 공모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얻는 방안이 거론된다.

3호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발목을 잡는 건 ‘상업적 합리성’이다.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한국 등 아시아에 LNG를 수출하는 440억 달러 규모 사업인데, 사업성이 낮아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도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대미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정부는 ‘검토한다’는 정도로 미국과 합의하고 논의를 이어 갈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당초 합의했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200억 달러 투자 시 원리금을 회수하려면 연평균 15% 정도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내부수익률(IRR)을 거둬야 하는데 확정된 전력 판매처도 없이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세종 강주리·서울 손지은·한지은 기자
2026-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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